신당이 神堂이었으니, 그 어원을 이어 받는 곳
(神堂)
을지로에서 넘어온 소위 '핫플'의 기운을 이어받은 신당의 중심에는 은화계 / 주신당 두 곳의 1차 - 2차 코스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노포 위주의 을지로 감성과는 또 다르게, 시장과 후미진 골목 사이사이 세련되고 개성 강한 매장들이 신당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곳이 이 곳 주신당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즈음 트렌디하고 핫한 임팩트의 신규 매장들을 볼 때면, 어떤 사업가/대표 의 브랜드일까 생각하게 된다. 마케팅과 브랜딩에 탁월한 젊은 사업가들이 외식업에 발을 들이면서, 세컨브랜드에 이어 써드브랜드까지 내고있는 추세이다보니, 이렇게 급 부상한 슈퍼루키는 필히 누군가의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인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동대문의 터줏대감 장프리고의 세컨브랜드였다. 사실 장프리고의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미리 요약하자면 주신당의 임팩트는 이와는 다르게 대박이었다.
입장부터가 심상치가 않았다.
사실 멀리서 얼핏 보면, 꺼려지기 딱 좋은 외관을 갖고 있다. 귀신이 나올것만 같은 스프레이 글씨체에 섬뜩한 조명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밤에 혼자 보면 소름돋을것 같은 귀신을 쫓는 소품들(?)이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런 섬뜩한 광경 때문에 주신당의 방문을 꺼리는 것 같았다. 내 와이프만 해도 절대 안가보고 싶다고 학을 떼더니... 먼저 다녀온 나의 설득에 못이겨 가보고는 꼭 와봐야 될 곳이었다고 번복한 바 있다. 조금 섬뜩하긴 하겠지만.. 그 고비를 이겨내고 입장을 하는 순간 기분이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신당의 컨셉은 '십이지신(十二支神)'에 있다. 이 곳이 위치한 요즘 최고의 핫플 '신당동'의 어원으로부터 시작한다. 신당동은 광희문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광희문은 예로부터 시체를 내가는 문, 즉 시구문(屍口門)의 역할을 해왔다. 그로 인하여 신당동이라는 동명은 공동묘지, 화장터가 많아 자연스럽게 무당들이 모시고 살았던 신당(神堂)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주신당은 결국 주(週) + 신당(神堂)의 합성어인 것이다. 우리의 민간신화에 등장했던 12종류의 띠를 이루는 동물이자 수호신들을 주 테마로 둔 곳이다. 장프리고가 기존 동대문 청과상들에서 영감을 받아 과일을 컨셉 주재료로 다뤘다면, 세컨브랜드인 주신당은 야채를 주된 컨셉재료로 잡아 칵테일로 응용한 곳이다. 기괴하고 오묘한 입구를 지나면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주(週) + 신당(神堂) = 십이지신(十二支神) 칵테일 바
1층은 십이지신 컨셉답게 12자리의 바(bar)자리가 비치되어있다. 각각의 자리에는 십이지신을 나타내는 동물들을 형상화한 코스터와 작은 동상이 준비되어 있다. 반짝 반짝 빛나는 LED로 옛 감성의 십이지신 동물들을 보니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감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들었다. 이또한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임팩트 있었다.
12자리로 이루어진 바(bar) 자리 뒤쪽에는 여러 인원이 앉을 수 있는 룸이 2개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앉아 본 적은 없어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점 참고 ..) 그리고 뒤쪽에 있는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2층에 다락같은 구조로 작은 좌석이 두자리 있다. 한 자리는 구석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자리였고, 다른 자리는 앞에 큰 어항이 있어 보라색 빛을 받는 몽환적인 잉어들이 헤엄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주신당의 컨셉을 가장 극대화하는 공간이지만, 비늘 번쩍번쩍거리는 잉어들이 반주하는데 돌아다니는 것을 굳이 보고싶지는 않아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자리다. 사진은 없지만 화장실 또한 컨셉에 충실했으며 오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메뉴 또한 십이지신 컨셉을 유지한다. 십이지신을 컨셉으로 한 12가지의 칵테일이 시그니쳐이자 주력 메뉴이다. 각각의 칵테일은 12지신 중 하나의 생물을 표현하는데 그 표현방법과 플레이팅 그리고 맛까지 모두가 특별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처음 접하는 기상천외한 방식과 조화의 캌테일들은 올 여름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총 3번을 방문했는데, 첫 번째 방문 때 처음 먹은 칵테일은 '돼지' 였다. 특이하게도 캌테일 재료로 구운 베이컨이 들어갔는데, 여기서 재미있었던 점은 베이컨을 굽는 화로였다. 캌테일 중 '개'는 원하면 직원에게 문의하라고 되어있어 문의했더니, 마시면 정말로 개가될 정도의 주류라 경고를 했다. 하나하나 사소한 디테일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디테일이 살아있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요리 과정의 일부이면서도, 인테리어의 큰 부분으로 자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토치의 불이 위에 용의 입에서 나오는 것 같이 형상화 되어 컨셉 유지도 겸하고 있다. 오픈할 때 얼마나 디테일에 신경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디테일, 디테일, 디테일. 살아숨쉬던 수 많은 디테일들
메뉴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양식 기반에 기초한듯 하면서도 한식적인 요소 또한 마음껏 사용되었다. 메뉴는 한달 또는 두달에 걸쳐 한번씩 추가되고 수정되는 것 같은데, 갈 때마다 매번 만족했었다. 대부분 보니 파스타류를 잘 다루는듯 하고, 디저트류도 퀄리티가 좋아서 1,2차 모두로 적합한듯 하다.
점점 더 무더워지는 듯한 한국 여름에 생맥주가 포만감면에서 배부르게 느껴질 때가 종종있다. 시트러스 향이 가득한 모히또 한잔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데, 캌테일을 제대로 하며 적당한 안주까지 알맞은 가격에 갖춘 곳이 사실 그렇게 마땅한 편은 아직 아닌듯하다. 주의해야할 점은 웨이팅이 꽤나 있는 편이니 아주 일찍 가거나, 매장 안의 어플로 대기명단을 작성 후 근처 닭발거리에서 소주 한잔 하고있어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