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식도락 of 맹맹 Jul 19. 2020

하늘에서 닭이 내려온다면 [은화계]

신당이 핫해지는 데에 기여한 그 중심 @은화계



요즘 외식업에서 제일 트렌디한 지역을 꼽으라면 너도나도 신당이라고 말할것이다. 그런 트렌디함을 시작하게 된 계기중의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은화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자는 육류중에서도 닭고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렇다고 다른 육고기를 즐기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유난히 닭고기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정감이 간다. 여러 요리방식을 통해서 각각 다른 매력을 풍기는 닭고기는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닭을 구워먹는 방식 중 가장 익숙하게 알려진 것은 닭갈비이다. 닭갈비, 고갈비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점은, 조상들은 '식'에 대한 욕망의 투여를 '갈비'라는 단어를 통해 시도했고, 그 결과 '닭갈비'는 갈비를 먹는다는 생각을 흔한 닭고기를 통해 행할 수 있는 온 국민의 오랜 친구와도 같았다. 그 닭갈비를 조금 더 본연의 맛을 먹기 위해 숯불로 구워먹기 시작했고, 소고기에 이어 돼지고기까지도 레어로 먹는 요즘, 미디엄 정도의 굽기로 먹는 닭갈비를 시도한 곳이 공덕에 "계고기집"이다.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서도 재방문까지는 갸우뚱했던 곳이었는데, 그 곳의 세컨 브랜드인 은화계는 한국의 고기를 구워먹는 식당 중에 외식업에 큰 획을 그은 식당 중 한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의 도산대로점까지 그 세력을 확장하였다. 신사점이 아닌 도산대로점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대로들을 장악할 것이라는 포부를 느끼며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신당 은화계의 저녁9시경 모습

항상 웨이팅이 바글바글하다. 현재는 없어진 예약체계를 거의 마지막으로 이용한 손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일 딱 한달 후의 날짜의 예약을 인스타그램 DM으로 진행했었다. 지금은 ONLY 웨이팅인 것으로 알고있다.


외식업계, 계류업의 큰 획

은화계의 두 가지 방식 중 첫 번째, 소금구이

숯불 닭갈비는 총 두 가지로 준비되어있다. 알다시피 소금구이 / 양념구이. 두 가지 모두 먹을 때는 소금구이를 먼저 먹는 것이 불문률. 당연한 도리로써 자동적으로 주문했다. 은화계의 소금구이는 그 굽기에서 어마어마함을 자랑한다. 직원들의 스킬로 잘 구워진 고기는 미디엄 레어에 가까운 식감을 뽐낸다. 그 어떠한 숯불 닭갈비보다도 굽기에서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뒤에 나올 많은 메뉴들을 정말 기대하게 하는 한입 한입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이곳에 대한 설명은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다. 찍어먹을 수 있는 재료로는 아이올리 / 와사비 / 소금 / 유즈코쇼가 있다. 이중에서 유즈코쇼 / 아이올리와 좋은 조화를 이뤘다. 특히 아이올리는 마늘향과 즈란향이 나는 아주 매력적인 아이올리였는데, 이 아이올리도 이 곳의 존재감 중 한 몫을 톡톡히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무지막지한 맛이었다.


이 날 가장 만족했던 양념 숯불 닭갈비


정말 부드러운 닭다리살에 매력적으로 숙성된 양념과 겉면만 크리스피하게 익힌 촉촉한 닭갈비가 이 대표적인 한 입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양념닭갈비는 무조건적으로 아이올리를 추천한다. 사실 나도 아이올리 말고는 아무것도 찍어 먹지 않았다. 먹을 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맛이였다. 까실까실 그을린 껍질 부분부터 탱글한 살들 사이로 줄줄 흘러나오는 육즙을 입에 머금고 있자면 정말 황홀하며 혁신적인 음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닭고기로 이런 맛도 낼 수 있구나'를 손님으로하여금 생각하게 할 정도면 꽤나 성공적인 식당이 아닐까.


궁극의 한 입. 양념 닭갈비와 아이올리 듬뿍

하루 열테이블 한정. 닭 목살
듣도 보도 못한 두께의 냉장 염통

주연인 닭갈비 두 종류를 눈부시게 서포트 해주는 주연급 조연 두 친구. 닭목살염통이다. 목살은 역시나 와사비와 궁합이 좋다. 목살의 특별한 점은 목살에 껍질도 같이 붙어있어 다채로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처음 먹을때는 맛의 깊이를 잘 몰라 매력을 느끼기가 어려웠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터져나오는 육즙과 탄력있는 식감이 리미티드 에디션의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하루 10테이블 딱 1인분, 사진에 보이는 만큼만 먹을 수 있으니, 일찍 방문하여 꼭 물어보도록 하자. 염통 또한 이 식당을 특별하게 메뉴 중 하나이다. 후에 같이 방문한 친구가 말하기를 냉장 염통이 유통이 시작된게 오래되지 않아서, 그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에 냉장 염통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무조건 시켜야한다는 설을 들었다. 정말 어떤 꼬치집에서 먹던 염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두께와 크기를 자랑하는 염통이었고, 식감또한 서걱서걱 자꾸만 소주로 손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게 했다. 염통은 아시다시피 기름장에 찍어먹어야 제맛. 이 메뉴를 시켜야만 제공되는 기름장에 찍고, 끝에 와사비 한꼬집 올려먹으면 기름장의 고소함과 같이 따라오는 느끼함을 한 층 잡아주며 또한 후의 더 많은 메뉴를 먹게해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냉장 염통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일단 주문하고 보기

맥주안주를 위한 닭날개튀김 / 소주안주를 위한 닭개장

사실 닭날개튀김은 정말 기대감이 적었다. 구색을 갖추며 맥주파들을 잡기위한 일말의 노력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그 퀄리티에 깜짝 놀랐다. 잘 튀긴 닭날개에 맵짠 향신료를 잘 입혀 따로 고수와 함께 제공된다. 고수와 함께 제공된다는 점이 참 센스넘친다. 배가 불러도 계속 계속 들어간다. 닭개장 또한 곱창집에서 주는 순두부찌개마냥 아무 의미없는 메뉴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굽고 튀기고 한 닭고기를 먹다보니 목에 닭기름이 어느정도 차올랐고, 그 시기에 시킨 이 국물 메뉴는 정말 반갑기 그지없는 메뉴였다. 깊고 달달한 파 맛과 함께 찢어진 닭고기들의 향이 기분좋게 올라오면서 동시에 또 소주 한입 할 수 있는 애낌이 메뉴였다.


사이드 메뉴들까지 꽉꽉 알찬, 준비 잘 된 식당

메뉴의 다양성과 각각의 완성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최소한 4명 이상 가기를 무조건적으로 추천한다. 어쩔 수 없이 2명이서 가더라도, 위에서부터 4개의 메뉴는 꼭 먹었으면 한다. 브런치를 하게 될 줄 모르고 찍지 못한 반찬들과 찍어먹는 소스종류들도 각각 개성이 넘치고 역할을 다하므로 먹을 때 마다 다른 조합으로 골고루 재미를 느끼며 먹으면 은화계를 한 층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금호의 빛, 금호의 전설 [키친오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