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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Mar 16. 2022

생산하는 삶, 소비하는 삶

사소한 무언가라도 만들어봐야 하는 이유

가만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면 누군가가 만든 무언가가 보인다. 건물도, 스마트폰도, 그 안에 담긴 콘텐츠도 결국은 생산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은 소비자다. 소비자는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이용권을 얻어낸다. 꼭 경제적인 비용만 말하는 건 아니다. 시간도 정말 거대한 지출 내역 중 하나니까.


소비자의 삶은 편안하다. 특별히 잘못하지만 않는다면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거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재료를 어떻게 수급할지, 설거지는 어떻게 할지, 조명은 무엇을 달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식은 집밥보다 비싸고 또 간편하다. 반대로 생산자는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이 글을 쓰는 것만 해도 그렇다. 주제는 어떻게 잡을지,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할지, 레이아웃은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지 등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나마 글은 좀 낫다. 영상 편집이나 디자인 쪽으로 넘어가는 순간 작업은 몇 배 이상의 집중력을 요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거나 사업을 영위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사소한 무언가라도 만들어 본 사람은 안다. 숨 쉬듯 당연하게 주변에 있는 모든 생산물이 실은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는 걸. 그래서 생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시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책 편집과 디자인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서점을 가면 책을 허투루 보지 않는다. 표지 디자인, 내지 레이아웃, 제목과 각종 구성요소까지 편집자의 입장에서 참고할 게 많다. 좋은 게 있으면 업무에도 반영하고 타산지석을 삼을 때도 있다.


이차적으로는 생산해야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 설령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꼭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얼마든지 뭔가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직장인은 회사에서도 곱게 보지 않는다. 그저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한다면 본인에게도 손해다. 월급 받은 만큼 일하는 건 당연지사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 이제 직장만으로는 인생을 계속 끌어가지 못한다. 진정 '내 것'이라고 부르려면 결국 내 손을 하나하나 거쳐야 한다. 콘텐츠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공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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