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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Apr 04. 2022

사람 하나 살리셨어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근 <그릿 Grit>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릿이란 한국어로 열정, 끈기, 인내심 등이 합쳐진 단어다. 이 책에 따르면 목표를 이루는, 즉 성공하는 변수는 재능이 아닌 그릿이라고 한다. 노력을 '노오력'으로 풍자하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그릿이라는 개념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그릿은 '라떼는 다아아아 노오력했다 이 말이야!'식의 다그침이 아니다.


그릿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의식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이는 모습이다. 알맞은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정진해나갈 때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건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목표 중 가장 상위에 있는 게 목적의식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궁극의 관심사(ultimate concern)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답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이 길을 가야겠다는 확신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글을 쓸까? 재밌어서, 인정받으려고, 돈을 벌려고 등 많은 이유가 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가장 궁극적인 답변은 뭘까? 힌트를 얻은 건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 글에 달린 댓글 하나에서다.


감사합니다. 오늘 사람 하나 살리셨어요.


그 댓글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왜 글을 쓰느냐고 물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생각을 관통하는 그런 한마디였다. 사람을 살리는 글. 이보다 더 좋은 목적이 있을까? 의사도 아니고 소방관도 아닌 내가 사람을 살렸다니.


사람을 살리는 일은 가장 큰 충만함을 준다. 여기서의 '살린다'가 비단 생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세상이 나를 좌절하게 할 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할 때 같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 하다못해 운동 관련 콘텐츠를 보자. 자존감도 높아지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후기가 밑에 가득하다.


무언가의 가치란 표면적인 이익 이상의 영향력을 갖는다. 그 영향력이란 삶 그 자체와 맞닿아있기도 하다. 운동도, 글도, 때로는 맛있는 커피나 그림 한 점도 누군가를 살린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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