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같은 회사 아닌 회사 같은 너
퇴사를 했다.
입사를 했다.
그리고 난 여전히 퇴사를 말하고 있다.
난 백수인가, 반백수인가, 회사원인가, 아니면 프리랜서인가.
회사를 다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난 현재 출판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 출판사라기엔 스타트업스럽고, 스타트업이라기엔 마치 프리랜서 협동조합 같고, 프리랜서 협동조합이라기엔 회사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얼마 전 출간한 <퇴근한 김에 퇴사까지>를 회사 동료분들에게 나눠드렸다. 다른 회사라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지금 다니는 직장엔 퇴사자가 대부분이다. 기존에 있던 회사 시스템에 신물을 느끼고 탈출한 사람들. 그렇게 조그만 나룻배를 타고 도착한 건 이상하게 생긴 일종의 뭐랄까, 섬이다. 마치 단단한 나무뿌리가 서로 뒤엉켜 둥둥 떠다니는 듯한, 그런 배도 아니고 섬도 아닌 존재.
그래서 퇴사를 말하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나름 직장인' 행세를 하면서 살 수 있다. 동시에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실 회사에서도 그걸 원한다. 역시나 이상한 곳이다. 그래서 나같이 이상한 사람도 적을 두고 붙어있을 수 있는 거겠지.
이곳은, 그래, 일종의 인큐베이터다. 다른 곳에서 잔뜩 상처받고 돌아온 이들이 위안을 얻고, 동시에 독립할 힘을 키워갈 수 있는 요람.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각자의 삶을 응원한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겸업 금지를 외칠 때 어떤 '딴짓'을 했는지 체크한다.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이상적인 환경이 없다. 창조하고, 독립하라. 그게 우리 구성원이 모인 목적이다.
내가 스스로를 반백수로 지칭한 건 비단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어딘가에 속해 있으되 동시에 나만의 소속을 꾸려가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그걸 위해 오늘도 유튜브 대본을 쓰고, 또 다음 사업을 구상한다. 아직 확실한 그림은 없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일/사랑/돈/자아/건강)를 해결해야 한다.
살면서 마주치는 일과 관련한 문제, 사랑이나 돈과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어떻게'라는 단어에는 형식과 내용, 그리고 타겟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게 왜 문제인지, 그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저마다 내릴 대답은 다를 수밖에 없다. 형식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고, 누구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다르다.
막연하게는 올바른 방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이 해답으로 보인다. 사실 뻔하디 뻔한 대답이다. 관련한 콘텐츠를 잔뜩 만들어서 올리는 방법도 있다. 컨설팅을 해도 된다. 세미나를 열거나 코칭을 할 수도 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만들 수도 있고,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도 있다.
무엇을 하든 내 타겟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다. 물론 누군들 인생을 '의미 없게' 살고 싶겠는가. 다만 짧은 인생이나마 살아가며 느낀 건 생각보다 삶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애매모호하게 떠올릴 수는 있겠지만 명시적으로 입 밖으로 내는 이는 드물다. 일련의 '의미 타령'이 먹고사는 문제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건 '먹고사는데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자극적인' 콘텐츠다. 당장 나만 해도 의식적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그런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소비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어디엔가는 분명 '내 삶에 의미 있는' 콘텐츠를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그걸 어떻게 하면 유의미하게 건드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걸 지속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