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사람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손석구 배우를 처음 본건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었다. 뻔하디 뻔한 악역 엑스트라인 줄 알았던 그가 계속 등장하더니 급기야 전여빈과 러브 라인을 타는 게 아닌가. 작품 내에서 손석구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하지만 어쩐지 호감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리고 이는 비단 이 드라마에만 국한되는 특성은 아니었으니, 이는 '손석구' 신드롬의 시작이 된다.
인터넷을 넘어 주변에서도 손석구에 대한 '추앙'이 이어지는 걸 보면 무언가 있긴 있나 보다 싶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다 경험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직간접적으로 들려오는 여러 정보를 종합하여 그의 매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왜 많은 이들이 그에게 앓고 있는지 나름의 가설을 세워보았다. 그냥 '얼굴이 잘 생겨서', '피지컬이 좋아서'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 깊은 사연이 있음을 직감해서다. (아, 물론 그는 둘 다 갖춘 사람이기는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래와 같다.
1.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다.
2. 그렇게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간다.
3. 그런데 자기 마음을 다 드러내지는 않는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손석구
손석구의 이력은 특이하다. 농구선수였다가, 사업가였다가, 이라크에 파병을 간 군인이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은 배우로 전향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쌓아가고 있다.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일한다. 누구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이 느껴진다. 반대로 아무리 잘생기고 예뻐도 게으름을 피우고 늘어져 있으면 관심이 확 식어버린다.
화려하든 조용하든 자신만의 불꽃을 가지고 몰두하는 이의 뒷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냥 멋있다.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왜 현실에서의 어려움이 없겠는가. 다만 그 어려움 앞에서 주저앉아 우는 소리를 할지, 아니면 우선 달려들지는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관계에 최선을 다 한다는 건 무작정 앞으로만 돌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최소한 이것저것 재고 따져가며 소위 '밀당'을 남발하다 보면 매력이 떨어진다. 나도 상대방도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조금이라도 자기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은 이럴 때 매몰차게 돌아선다. 어설프게 잔머리를 굴리기보다는 차라리 정공법으로 가는 게 더 낫다.
자기 색깔이 확실한 손석구
특이하다고 해서 매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매력적인 사람은 누구나 특이하다. 이상함을 위한 이상함이 아니라 자신만의 신념과 개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 이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에는 확실히 자리 잡는다.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도 그렇고 현실에서 마주치는 이들도 그렇다. 뻔하디 뻔한 사람에게는 눈길이 잘 가지 않는다.
손석구의 연기는 어쩐지 독특하다. 무심하게 내뱉는 대사인데 귀에 쏙쏙 박힌다. 알듯 모를 듯 짓는 미소에서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악역을 맡더라도, 혹은 선역을 맡더라도 쉽사리 규정짓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각본 때문이겠지만 그의 연기력도 한몫한다. 경계를 오가는 이는 위태로우면서 섹시하다. 넘을 듯, 넘지 않을 듯, 조금씩 다가온다. 풀 액셀 아니면 급브레이크밖에 모르는 미숙한 사랑과는 다른, 어쩐지 모를 어른의 모습이다.
색깔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힘들다. 그런 사람은 티가 난다. 남들과는 다르지만 자신에게는 찰떡같이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두 번이 아니라 삶 곳곳에 녹아들어 배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손석구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그만의 색이 꼭 묻어난다. 그렇다고 똑같은 캐릭터라는 건 아니다. 분명 다른데, 또 어떻게 보면 같다. 그가 가진 다양한 스펙트럼이 여러 작품을 어우르는 탓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손석구
여기까지만 들어도 매력이 흘러넘치는데 마지막 화룡점정이 있다. 자기 일도 열심히 하고 개성도 확실한데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다. 이게 상대방을 (긍정적인 의미에서) 미치게 만든다. 그가 각 잡고 내면을 술술 풀어내도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분명 안에는 무언가 더 있을 거라고. 이는 단순히 방어적이거나 과묵한 것과는 다르다.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에게서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솔직함과는 결이 다르다. 그보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내게 다가오는지 너무 알기 쉬운 사람이랄까. 그래서 나 좋다는 사람에게는 호감이 잘 가지 않는다는,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미치고 환장할 전제가 생겨버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 좋다는' 사람에게 호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소한 관심은 생긴다. 그 관심이 호감으로 넘어가려면 어느 정도 속을 알기 어려워야 한다. 나에게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분명한 시그널이 있는지는 또 모르겠고, 그런데 또 계속 뭔가를 흘리고는 있는 그 애매모호한 상태. 이건 어설픈 밀당보다는 기다릴 줄 아는 여유, 그리고 탄탄한 자아존중감에서 온다.
지난날을 떠올려보자. 유독 신경 쓰이는 사람은 마치 은근히 풀기 어려운 문제와 같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닿을 듯 닿지 않는다. 그러다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미련이 남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손석구의 모습이 그렇다. 그래서 갖고 싶다. 이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마찬가지다. 욕망의 대상이 되려면 가지기 어려워야 한다. 담장을 올리면 괜히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심리가 생기는 게 사람이다.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스킬을 남발하다간 내 얕은 수준만 들키고 만다. 사람이 깊어지면 절로 얻어지는 경지다.
결국 깊어져야 한다. 깊어져야 매력이 생기고 사람이 모인다. 아니면 차라리 아주 넓은 품에 모두를 안아도 좋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추앙받는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