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거니 Sep 03. 2022

'내 일'을 찾으려면 던져야 할 질문

훌라후프를 잘 돌린다고 다가 아니야

혹자는 말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라고. (사실 나도 그중 하나다) 이 명제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래야 탁월해질 수 있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일이 과연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그저 백일몽에 그치고 만다. 일이 지속되려면 수익을 올려야 한다.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 어느 시점엔가는 반드시 그간의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수입원이 되어야 한다.


난 훌라후프를 잘 돌린다. 회사 워크숍 때 훌라후프를 오래 돌리는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모든 참가자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할 정도다. 체력만 허락한다면 하루 종일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잘하는 일'을 수익화할 수 있을까? 당장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억지로 끼워 맞출 수는 있지만 시장에서 거래될지는 미지수다.


남들보다 잘한다고 해서 꼭 그걸 직업으로 삼아야 하는 건 아니다.


자아성찰을 통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찾지 못한다면? 아쉽게도 취미 정도로 남겨야 한다. 다만 최근에는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그 일 자체를 콘텐츠화하여 수익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훌라후프 돌리기도 콘텐츠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 종일 돌리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리거나, 훌라후프 잘하는 팁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그 일을 정말 좋아하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 그다음 이슈는 '지속성과 확장성'이다. 한때의 유행과 트렌드를 구분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올해에만 수많은 유행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기사 제목이나 유튜브 썸네일마다 '우영우'가 붙은 게 가장 대표적이다. 다만 그 인기가 올해를 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드라마의 잘못이 아니다. 유행의 속성이 본래 그러하다. 넷플릭스를 휩쓸었던 <오징어 게임>이나 <킹덤>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이젠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는다.


반면 트렌드는 일정 기간 수명을 유지한다. 보다 거시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사건은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세상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설령 '우영우'를 모르더라도 삶에 지장은 없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꽤나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던 사람들이 지탄을 받은 것처럼.


그 일은 충분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안정적인 이유는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있는 한 공공서비스는 계속 유지된다. 전국을 넘어 세계에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대기업 역시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거나 라면을 거부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의 반(半) 영구적이다.


보다 장기적인 직업을 꿈꾸고 있다면 확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헤엄을 멈추면 죽는 상어처럼 성장을 멈춘 수익화 모델은 서서히 몰락한다. 자본주의의 속성이 그러하다.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라도 계속 확장해야 한다.

 

'내 일'을 찾는 필터링

    1. 그 일을 잘하거나 (최소한) 좋아하는가?

    2. 그 일을 수익화할 수 있는가?

    3. 그 일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

    4. 그 일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


사실 직장이 편한 이유는 이 모든 고민을 '시키는 일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압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은 정해진 틀에서 흘러간다. '내 일'을 찾으려면 꽤나 머리 아픈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내 일을 찾는 과정에는 그만한 보상이 따를까? 적어도 주체성에 대한 감각은 확실히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투자 표현을 빌어서 말하자면 '상방이 뚫려 있다.' 직장인으로서 받는 보상은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다른 표현으로는 '하방이 막혀있다.' 동시에 상방 역시 막혀 있어서 일정 이상 성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사업이나 크리에이터 일을 하면 웬만한 직장인 이상의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열린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욕심을 하나 더 부리자면 '그 일을 통해 경제적 보상보다 상위의 가치를 성취할 수 있는가?'를 묻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훌륭한 동기부여 수단이자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하지만 일정 액수 이상의 돈은 행복감에도 기여하는 바가 적다. 충만함이나 삶의 의미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가치를 지향하지 않는 삶은 필연적으로 허무해진다. 그 허무함을 메우기 위해서 끝없이 소비할 수는 있겠지만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다.


내 일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가?


'내 일'을 찾는 필터링 (결론)

    1. 그 일을 잘하거나 (최소한) 좋아하는가?

    2. 그 일을 수익화할 수 있는가?

    3. 그 일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

    4. 그 일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

    5. 그 일을 통해 경제적 보상보다 상위의 가치를 성취할 수 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내 브런치북이 브런치 메인에 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