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7 성장로그
책을 읽다가 문득, 이제 다음 책을 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주제와 목차를 잡고 써 내려가고 있다. 뭔가를 미루는 것에도, 바로 일에 착수하는 것에도 둘 다 익숙하다. 결국은 원하는 대로 할 거면서. 하고 싶으면 바로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핑계를 잔뜩 만드는 식으로.
실은 어떤 책을 낼지 나름 고민이 많았다. 첫 책을 내고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이대로 멈출 수 없는 법이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다작을 하고 싶은 사람이다. 인생을 갈아 넣어 단 한 권, 불후의 명작을 만드는 건 분명 멋진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사후에나 널리 인정받는 일종의 유적지가 되기 십상이다. 그럴 수는 없다. 살아있을 때 조금이라도 내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다. 그런 마음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초고를 작성하기 전에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재미있는 책을 쓰자.
2. 나다운 책을 쓰자.
3.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쓰자.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 속,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는 책을 내고 싶다. 온갖 책이 범람하는 가운데 내 색깔이 진하게 묻어나는 책을 내고 싶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읽었을 때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을 내고 싶다. 이런 나름의 고집을 담아보았다. 그래서 원고를 쓰면서도 항상 묻는다. 이거 재밌나? 이거 나답나? 이거 가치가 있나? 아니라면 과감하게 고친다. 물론 퇴고를 거치면서 더 다듬어야겠지만.
나름 맷돌을 굴려 정해본 제목은 <그놈의 MZ세대>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해당 제목으로 나온 책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책이어야 했으니까. 물론 자료조사도 병행하고 있지만 적어도 큰 그림은 머릿속에 항상 넣어놓고 다니는 주제여야 하니까. 부제는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아마 원고를 다 쓰고 나면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요즘 MZ세대 담론이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그런데 정작 그 담론을 생산하는 이들은 기성세대이거나 기업이다. MZ세대라는 신인류(?)를 예쁜 노끈으로 묶어놓고 이해해보려고 하는 그 노력은 가상하나 저 용어 자체에 피로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MZ세대는 1981년생부터 2010년생까지, 무려 30년의 세월을 한데 모은 개념이다. 마치 "유라시아 대륙은 한 문화권입니다."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MZ라는 용어가 쓰이는 맥락은 항상 1) MZ세대를 묶어서 비난하거나 2) MZ세대를 묶어서 뭐 하나라도 팔아보려고 할 때다. 정작 당사자들은 M이니, Z이니 하는 모호한 알파벳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다. 차라리 MBTI 유형이 백배 낫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MZ세대 담론'의 주도권을 당사자인 젊은 세대가 가져와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경각심을 가지고 있던 찰나, 이 주제로 쓰면 원고가 술술 나오겠구나 싶었다. MZ가 보는 MZ 이야기. 당사자성도 있겠다, 시의성도 있겠다, 안 쓸 이유가 없다. 일, 관계, 돈, 자아, 이렇게 네 챕터로 나누고 키워드별로 소제목을 7개씩 정했다. 그렇게 총 28가지의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다. 출간 시점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초고는 써 내려가고 있고, 편집, 퇴고, 표지 디자인, 서점 등록 등도 다 스스로 할 예정이다. 그래도 한번 겪어본 과정이라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할 수 있겠다. 잘 팔린다면 물론 좋겠지만 실은 개인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을 잔뜩 담아내어 세상에 내보일 수 있으니까. 원하는 인생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 자, 이제 글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