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일까

내가 너 같아도 나한테 소개시켜주기 참 어렵겠다

by 신거니

증거 1.

전 연인과 헤어지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가슴은 저렸다)

증거 2.

타인에게 쉽사리 상처받지 않는다. 대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나를 보며 상처를 받는다.

증거 3.

난 지독히도 이성적인 인간이다. (적어도 그렇게 비친다)


질문.

나는 사랑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인간일까?


상황.

사람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사랑과 연애 이야기. 그 틈바구니 속에서 꺼내놓은 나의 모습에 한 분은 "내 전 남자 친구가 저랬다면 진짜 싫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 나 같아도 그러겠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다. 나는 도무지 연애(사랑)를 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좋아하는 마음을 받아주기도 항상 주저한다고.


감정.

내 모습에 상처받고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난 부단히도 상처를 받았다. 내게는 감정이 없는 걸까? 있다고 해도 그게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행동.

그래서 혼자 있는 편을 택했다. 아무도 나로 인해 상처받지 않는다. 나도 상처받지 않는다. 외로움을 쉽사리 타지 않는 성격 탓에 이런 생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게 사랑이란, 또 연애란 '못'하는 것이면서 또한 '안'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쉽게 (적어도 내 눈에는) 연인을 만나 사랑이라는 걸 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건 내 얘기가 아니라고 되뇌었다. 저들과 나는 다르다. 다르니까 다르게 산다. 그저 그뿐이다.


욕망.

하지만 나도 사랑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나도 연애를 하고 싶다. 단순히 달콤함만을 취하겠다는 그런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참 지독히도 넘어가지 않는 사랑의 페이지를 보며 나란 인간은 사랑을 하기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겠거니, 어쩌면 그런 행운은 앞으로 영영 누리지 못할 수도 있겠거니 여긴다. 사실 반쯤은 포기했다.


사실 1.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은 그 자체로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며, 이는 애초에 내렸던 결론을 강화시킨다.

사실 2.

포기하든, 갈구하든, 슬퍼하든, 무덤덤하든, 세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의 인생과 사랑을 수행하기에도 충분히 바쁘다. 설령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사랑에 대해 무언가를 해줄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나는 나라는 인간을 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만나기도, 또 사랑하고 받기에도 참 어려운 인간이다. 가끔 "내가 너 같아도 나한테 누군가 소개해주기 참 어렵겠다."는 말을 한다.

사실 3.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서 갑자기 사랑이 잘 풀리거나, 심지어 감정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마음이 여전히 안 좋다. 그저 정리하고 싶었다.


원인.

공허감, 그놈의 이성적 태도,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성격, 방어기제, 기어이 이겨먹겠다고 대드는 마음, 내향성, 지나친 신중함, 이기심, 회피적 성향, 서툰 관계 맺음.


결론.

나 자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에게도 분명 좋은 면이 있다. 다만 그 좋은 면이 사랑의 벽을 타 넘기에는 부족할 뿐이며, 무엇보다 내 안 좋은 점을 덮기에는 턱없이 모자랄 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꽤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적어도 사랑을 하기에는 힘든 사람이라는 걸 알 뿐이다. 그래서 그저 마음을 열어놓고 나 자신을 가꾸자는, 다소 맥 빠지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갈구해도, 포기해도, 아파해도 얻어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녀석 앞에서 이제는 조금 지쳐버렸다. 자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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