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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Feb 03. 2023

이사를 했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작년 말, 동료인 허 작가님과 소소한 음모(?)를 꾸몄다. 본가에서 나와 투룸을 잡고, 조그마한 크리에이터 공동체를 만들어보기로. 주 활동반경이 서울이기도 했고(본가는 경기도다), 독립적인 공간도 필요했던 터라 빠르게 추진을 했다. 했는데, 녹록지 않았다.


서울 하늘 아래 수많은 집이 있다. 그런데 들어가 살만한 집은 많지 않다. 보증금을 확 높였음에도 허위매물의 시련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막상 찾아가면 이미 매물이 나갔다며 헛걸음을 시키더니, 애매하게 비싸고 좋지 않은 물건을 쓱 하고 내밀었다. 돈이 있음에도 무언가를 살 수 없는 그 답답한 심정이라니. 이래서 내집마련, 내집마련 하나보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가용한 예산 내에서 괜찮은 매물을 찾았고, 계약 및 이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최근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하나씩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 가는 걸 보니 괜히 뿌듯하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본가에서 살다가 독립을 했으니 자연스레 지출이 늘어난다. 당장에는 절약을 해야겠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올해에는 어떤 형태로든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지금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내 입맛과 필요에 의해 짜인 공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공간 자체는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그 안을 채우는 공기가 다르다. 삶의 방식도, 시간도 달라진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공간에 대한 욕심은 생긴다. 나도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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