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파이프라인이 대체 뭐길래
몇 년 전부터 '수익 파이프라인 다각화'가 마치 하나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파이프라인은 제약산업이나 컴퓨터 엔지니어링에서 쓰이는 용어로 신약개발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이 순차적, 또는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구조를 뜻한다. 자동차 공장에서 차체 파이프라인, 바퀴 파이프라인, 엔진 파이프라인이 줄줄이 이어져 결국 완성차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수익 파이프라인 역시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 아래 순서대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진다. 일명 돈줄이다. 돈이 들어올 창구가 하나밖에 없으면 그 파이프라인에만 너무 의존하게 되니 이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게 좋다는 게 기본 취지다.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갖는 'N잡' 트렌드와 맞물려 이제 파이프라인 다각화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리스크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는 당연한 논리다. 만약 월급만으로만 부를 창출하고 있다면 회사의 상황에 따라 내 경제적 안정성이 크게 좌지우지된다. 회사가 부도를 맞이하거나, 해고를 당하거나, 사업부가 축소되거나 하는 식의 외부적인 결정에 의해 불안정한 삶을 보낸다. 또 월급이라는 파이프라인이 아니면 먹고살 길이 없어 제 발로 회사를 나갈 수도 없다.
다만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사업이나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할 시기가 있기 마련이고 어설프게 이것저것 건드리다가는 가장 큰 수입원을 놓치게 된다. 수익 파이프라인 다각화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구축해야 할 시스템이지 절대진리가 아니다.
세간에서는 수입을 소위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과 '액티브 인컴'(Active Income)으로 나눈다. 파이프라인을 잘 구축해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패시브 인컴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이 둘을 나눌 필요도, 나눌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일한 만큼 받는 액티브 인컴과 마찬가지로 패시브 인컴을 얻으려면 분명 노력이 필요하다. 가만히 누워있다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패시브 인컴을 흔히 불로소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불로소득'을 한 번이라도 얻으려고 해 봤다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분명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간단하지만 그 기저에는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묻어난다. 건물을 하나 사서 따박따박 월세를 받는 건물주도 마찬가지다. 건물을 사거나 관리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동학개미운동, 디지털 노마드 열풍이 뜨겁게 불어와도 내가 할 수 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리스크를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 코인이나 주식시장에 뛰어든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얼마간의 수입을 올리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다. 끼와 재능이 많은 사람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쳇바퀴 돌듯 일만 한다면 괴로워진다. 자기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하나둘씩 파이프라인을 세우면 된다.
수익 파이프라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파이프라인이라는 말이 어색하다면 수입원으로 바꿔도 좋다.
1. 근로소득
2. 사업소득
3. 투자소득
수익은 결국 어딘가에(Where) 뭔가(Input)를 넣어 만들어지는 결과물(Output)이다. 회사에 고용되어 일을 하든 (근로소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사업체를 꾸리든(사업소득), 주식투자를 통해 양도소득을 노리든(투자소득) 기본적인 구조는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수익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여기서의 '공평'을 100을 넣으면 100이 나오는 구조로 이해한다면 말이다. 수익 관점에서 보면 100을 넣어도 80밖에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심지어 마이너스의 결괏값이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100을 넣어서 1,000이나 10,000의 결과를 내는 이들도 있다.
특히 사업소득이나 투자소득의 관점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근로소득이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어도 일한 만큼의 돈은 나오니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만 같은 이유로 투입량 대비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없다. 대부분의 직종은 시간당 월급이 정해져 있고, 인센티브제로 운영된다고 해도 내부 규정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 이미 책정되어 있다. 최소한 회사에 월급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야 하므로 근로소득의 하한선은 0(월급을 떼이는 경우), 상한선은 내가 창출한 가치만큼이 된다.
근로소득은 투자로 치면 예적금과 같다. 손해를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큰돈을 벌 수도 없다.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종잣돈을 모은다는데 의의를 둬야 한다. 물론 회사에서 높은 사다리까지 올라간다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대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근로소득도 불안정하다.
반면 사업소득이나 투자소득은 상한선이나 하한선이 없다. 특히 상한선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론상으로는 무한대의 돈을 벌 수 있다. 다만 하한선도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빚을 끌어안고 사업에 실패하거나 주식투자에 실패하면 손해가 막심하다. '사업을 하거나 주식투자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앞에서 나눠본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조화하면 다음과 같다.
1. Input: 노동력 -> Where: 회사 -> Output: 근로소득
2. Input: 노동력 & 투자금 -> Where: 비즈니스 모델 -> Output: 사업소득
3. Input: 투자금 -> Where: 금융자산 -> Output: 투자소득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어딘가(Where)다. 결과물(Output)을 완벽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워낙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고 상당 부분 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투입물(Input)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엄한데 넣으면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된다.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다.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내가 어디로 달려 나가고 있는지 방향은 확실히 잡고 가야 한다.
소득이 우연의 산물임을 안다면, 또 맹목적으로 사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안다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결과에 겸손할 줄 알고 과정에 더 충실하게 된다. 한 영상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지 말자. 투자를 잘하다 보면 돈이 따라온다.' 투자를 회사업무나 사업으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보면 돈은 행복과 비슷하다.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