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기 좋은 날은 오지 않아

안 되는 이유만 늘어놓는 나에게

by 신거니

난 망설임이 많은 사람이다. 뭔가를 고를 때도 한참을 고민하고 이것저것 계산한다. 그러다 귀찮음이 주저함을 이길 때 그냥 어느 한쪽을 집어 든다. 택하지 않은 길에는 항상 미련이 남는다.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내 우유부단함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개념이다. 그렇게 주저하기만 하다 선택을 못한다면? 그 또한 선택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맞이해야 한다.


퇴사는 수많은 가능성의 바다에 몸을 던지는 작업이다. 그 바닷속에는 온갖 선택지가 실타래처럼 끝없이 얽혀있다. 그중 무엇을 잡아 어떻게 인생이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진실은 이거다. 그 바다에 뛰어들지 않아도 삶이 어디로 흐를지는 알 수 없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회사는 불확실한 세상 위에 쳐둔 가상의 울타리다. 이 울타리 안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게 아니다. 울타리는 늑대 정도는 막아주겠지만 비바람이나 담을 타 넘는 사람에게서 날 지켜주진 않는다.


울타리 바깥이 꼭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애초에 안전과 위험, 불확실성과 확실성은 확률의 문제다. '대체로' 안전한 길과 '대체로' 위험한 길이 있을 뿐이다. 확실함을 만드는 건 선택이다. 택하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퇴사를 한 달 정도 앞둔 지금, 회사의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더 선명해진다. 이미 결정을 내린 상황인데도 여전히 머릿속은 분주하다. 어쩌면 미련일지도 모르겠다. 후회를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여기가 이런 건 좋은데, 그래도 주변 사람은 괜찮은데. 동시에 여길 떠나야 할 이유도 가슴에 새기게 된다. 쉬고 싶다, 내 일을 하고 싶다, 독립하고 싶다는 욕망에 두근거린다.


인간은 긍정적인 신호보다 부정적인 신호에 7배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산딸기를 놓치면 조금 배가 고프고 말겠지만, 호랑이를 놓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회사를 떠나면 좋을 이유가 10가지는 되더라도, 그렇게 맞이할 한두 가지의 안 좋을 이유가 더 크게 다가온다. 지금 내가 그렇다. 분명 떠나야 할 시점인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예 퇴사 시기를 못 박은 건 이런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미련의 화살이 스쳐 지나간다. 이건 미련이다, 미련이다 속으로 주문을 외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퇴사하기 좋은 날이란 결코 오지 않는다. 그저 선택을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단순하기도 하다. 무슨 방대한 표까지 그려가며 내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택하면 된다.


물론 과감함과 무모함은 구분해야 한다. 큰 결정을 내리기 전 숙고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나 같은 우유부단쟁이에겐 한 스푼의 용기가 있어야 한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려면 일단 발을 떼어야 한다. '땅바닥으로 추락하면 어떡하지, 비싼 값을 못하면 어쩌지' 등의 걱정은 넣어두고서. 몇 번 허우적거리다가 바람을 타고 쓱 미끄러져 내려간다. 고요함이 나를 감싸고 생각보다 이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땅바닥에 내려앉으면 내가 했던 모든 고민이 무색해진다. 아, 이 맛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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