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퍼스널 브랜딩

나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by 신거니

플랫폼 프로바이더(Platform Provider)가 되거나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s Creator)가 되거나.


책 <그냥 하지 말라>의 결론이다. 인공지능과 글로벌 소싱에 의해 인력이 대체되는 시대다. 단순한 기술의 숙달로는 일자리를 잃고 만다. 직업이나 일이 자존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한다면 이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건드린다.


플랫폼 프로바이더는 말 그대로 각종 플랫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주체를 말한다. 구글, 카카오,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을 생산하고 운영할 수 있다면 살아남는다. 문제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소수라는 점에 있다.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에 비해 플랫폼 사업은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이 창출한 일자리보다 없어진 일자리가 더 많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유튜브를 필두로 블로그, 팟캐스트, 전자책, 온-오프라인 강의 등 다양한 형식이 존재한다. 이들은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더 나아가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야기가 일관성을 가지며 정체성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은 브랜드가 된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뭘까? 저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상(像)이다. 정확히는 상(像)의 흐름이다. 로고, 브랜드명, 프로모션, 제품, 서비스 등은 브랜드의 요소지만 브랜드 자체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요소를 브랜드 자산이라고 부른다면, 그 자산에서 느껴지는 일관된 감정이나 이미지가 브랜드다.


브랜드는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석되기도 한다. 브랜딩 전략을 통제할 수는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제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브랜딩이 어렵다. '오늘부터 우린 고급스러운 브랜드가 되겠어, 당장 힙한 브랜드가 되겠어'하고 선언해봐야 소용이 없다. 브랜딩에는 시간이 걸린다. 자산을 하나씩 쌓아 올려야 한다. 지난한 과정이다.






이런 브랜딩의 개념을 개인에게 적용하면 퍼스널 브랜딩이 된다. 좋다. 계속해서 일하려면 현실적으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하고, 퍼스널 브랜딩도 해야 한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혹자는 멋진 로고를 만들거나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브랜드의 상징물을 하나둘씩 끼얹는 과정일 뿐이다. 브랜드는 일관성을 토대로 확장되어야 하며, 일정한 상(像)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걸 가장 잘하는 게 연예인이다. 보통 연예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컨셉이든 원래 성격이든 간에. 그 이미지를 토대로 팬층이 생기고 자연스레 브랜딩으로 이어진다. 아예 기존 브랜드를 가지고 사람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 구찌', '인간 샤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만 연예인과 (나를 포함한) 일반인의 접근 방식은 조금 달라야 한다. 연예인은 사람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줄 수 있는 건 메시지다. 퍼스널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나라는 사람'보다 '내가 주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다른 이의 관심이 '나'에게 와닿으려면 시일이 걸린다. 그래서 브이로그나 일기를 매일 올려도 반응이 대개는 뜨뜻미지근하다. 다른 사람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반면 메시지는 곧바로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재밌거나, 유용하거나, 감동적이어야 한다. 만약 내 콘텐츠가 재미도, 유용함도, 감동도 없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자기만족만을 위해 생산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 어떻게 남에게 와닿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까? 좋은 콘텐츠, 나아가 좋은 브랜드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꼭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아주 뻔하디 뻔한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못하는 게 사람이다. 질문을 던지고 거기서 답을 찾아나간다. 그럴듯한 해결책이 나온다면 다행이고, 아니라도 상관없다. 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은 훌륭한 이야기가 된다.


물론 아무 질문이나 막 던지면 안 된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다면 말이다. 퍼스널 브랜딩에는 단골손님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내 사람'이다. 이들은 팔로워나 구독자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꼭 같지는 않다. 내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계정에 방문한다고 해서 모두가 남지는 않는다. '내 사람'은 남아있는 사람이다. 내가 던지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자리에 앉아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는 자기만족이나 상업화를 넘어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조응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경험. 이건 유명인만 누리던 특권이다. 이제 이야기는 보다 더 세분화된다. 이야기를 생산하는 주체가 더 다양해졌고, 이를 뒷받침 할 플랫폼이 대중화되었다. 개인이 미디어를 소유한다는 개념은 불과 20년 전에는 없던 일이다.






이제 개인화된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정확히 타겟팅(Targeting)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질문은 타겟을 겨눈다. 아무렇게나 총을 난사하면 과녁에 맞기는커녕 자기 발을 맞출 수도 있다. 내 이야기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그 일관성을 부여해주는 게 타겟팅이다.


퍼스널 브랜딩 관점에서의 타겟팅은 기업의 브랜딩과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기업은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계속 자신을 치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은 금세 밑천이 드러나고 만다. 한 사람이 생산할 수 있는 이야기는 대개 한정적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유리하다. 뻔한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대답을 계속 들려주면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


결국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내면에는 어떤 질문이 움트는지. 퍼스널 브랜딩하면 대개 상업적인 결과물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는 자아를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고, 그 만남을 또 이야기로 재생산한다. 이야기를 계속하려면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어떤 주제든지 상관없다. 그렇게 전문가가 되어가고, 퍼스널 브랜딩이 절로 이루어진다.


퍼스널 브랜딩이 하고 싶다면 우선 내면을 관찰하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나가자. 이야기를 플랫폼으로 공유하고 내 사람을 모으자. 그렇게 모인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브랜딩의 모습과는 다르다. 역설적이지만 브랜딩을 생각하지 않아야 브랜딩이 된다. 좋은 브랜드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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