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 누리면서 살 거야

원하는 대로 다 가질 거야

by 신거니

이름만 들어도 OST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작품이 종종 있다. 그중 하나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다.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드라마지만 유독 주인공 박새로이의 대사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박새로이는 일련의 사건에 휘말려 아버지를 잃고, 고등학교에서도 퇴학당하고, 감옥에도 가게 된다. 부모님도 없는 중졸 전과자. 정말 이보다 더 암울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 외친다. (드라마를 봤다면 음성지원이 될 것이다)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 내 인생 이제 시작이고(↗), 난!!!!!!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 거야!(↘)"


이 브런치에서 퇴사 얘기를 주구장창 하긴 했지만 사실 대학생 때보다 직장인인 지금이 더 행복하다. (물론 열흘 뒤 백수가 될 예정이다) 일은 즐겁지 않았으나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무엇보다 돈을 벌게 되면서 원하는 걸 하나둘씩 갖춰가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금융 치료'랄까. 하지만 금융 치료의 핵심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이 제공하는 가치에 있다.


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스포츠카나 명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도. 월급을 조금씩 모으며 돈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되었다.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가 돈과 교환되는 시대다. 계급사회는 사라졌을지언정 부의 격차는 여전하다. 부를 일군 사람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검소하든 사치를 부리든 돈을 모으든 쓰든 자기 자유다. 돈이 없으면 그만큼의 자유가 사라진다.


유현준 교수는 이런 말을 한다. 돈이 없는 사람은 가상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부자들은 넓은 현실 공간을 소유하거나 대여해서 누리지만 말이다. (유튜브를 켜놓고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조금 뜨끔하다) 집 밖에 나가면 지출이 이어진다. 반면 집에서는 편안히 누워 온갖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여행도 랜선으로 떠나고 맛집도 소셜 미디어에서 구경한다.


안타깝지만 부의 반경이 삶의 반경을 형성한다. 물론 무리를 하면 한두 번 럭셔리를 누릴 수는 있다. 다만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선택지가 좁혀진다. 비용을 더 지불하면 서비스나 재화의 질이 올라간다. 그놈의 돈 때문에 삶의 질을 희생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돈이 없다고 꼭 인생이 불행하거나 비참한 건 아니다. 다만 한계에 자주 부딪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돈이면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많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적어도 불필요한 문제를 겪지는 않는다.






난 돈이 좋다. 통장에 찍혀있는 숫자 자체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돈은 모이면 모이는 만큼 내게 자유를 준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바로 돈을 모으기 위해 자유를 저당 잡히는 현실이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게 된다.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래서 퇴근 후에 돈을 써서 앞선 시간을 보상받으려 한다. 그렇게도 살아봤다. 인테리어 물품을 이것저것 지르거나 새 옷을 사는 식으로.


하지만 그런 생활은 오래가지 않는다. 생활 자체는 이어갈 수 있지만 마음이 시원하지 않다.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버는지가 더 중요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자유를 위해 자유를 희생하는 모순을 해결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주체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는 돈을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돈을 버는 과정이기도 하다. 돈은 도구이자 수단이다. 수단에 사로잡혀서는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사실 내가 돈으로 사고 싶은 자유는 그 어떤 재화보다도 얻기 어렵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할부로 치를 수도 없다. 비싼 차나 넓은 집은 부의 상징물이지 자유가 아니다. 자유란 상태다. 어딘가에 불필요하게 메어있지 않은 상태, 의존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상태, 그리고 뭐든 마음먹은 대로 실행할 수 있는 상태.


자유는 비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정한 돈이 필요하진 않다. 욕망의 크기를 잘 측정해서 적절한 금액만큼 맞추면 그만이다. 욕망의 크기를 모르면 무작정 많은 돈이 좋다고 믿게 된다. 물론 적은 돈보다는 많은 돈이 더 낫지만 추가적인 수익창출에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걸 기억하자. 결국 자신에게 맞는 최적점을 찾아야 한다. 너무 무리를 하거나 타협을 할 필요는 없다.



끝으로 박새로이의 명대사를 하나 더 투척하련다. 내가 돈을 벌고 모으는 이유기도 하다.


"제가 원하는 건 자유입니다. 누구도 저와 제 사람들을 건들지 못하도록 제 말 행동에 힘이 실리고, 어떠한 부당함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제 삶의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삶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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