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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Dec 27. 2021

[3] 하루에 글 한편씩 쓰기 시작했다

2021.12.27 성장로그

아침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다. 아침밥을 먹는다. 침대를 정리한다.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운동을 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글을 한편 쓴다. 퇴사 이후 어느 정도 정립된 루틴이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뿌듯함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남은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건 앞으로 보완해보자.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는 불안함 속에서도 글을 써야 한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어릴 적 일기장에 끄적이던 시절에서 출발해 브런치에 무엇을 포스팅해야 하나 고민하는 지금까지. 항상 글을 써왔다. 사실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여타의 자기계발 서적에서 주장하는 인생의 대전환기를 맞이하는 건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글쓰기에 접근한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형태로 글을 게시하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당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네이버 블로그에 하나둘씩 포스팅을 올렸다. 다른 블로거가 흔히 다루는 제품이나 맛집 리뷰, 포토샵에서 누끼 따는 법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이 관심 없는, 하지만 누군가에겐 와닿을 내 생각을 하나씩 올렸다. 철학과 일상 그 사이 어딘가에 단단히 자리 잡은 글. 요즘엔 이런 글에 에세이라는 멋들어진 네이밍이 붙었다. 난 통상 얘기하는 '블로거'가 되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내 블로그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다락방'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야말로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피어나는, 그리고 새로이 알게 된 생각을 하나둘씩 넣어두는 공간이다. 말로 하면 그저 허공으로 사라질 뿐인 사색의 결과물을 쌓아갔다. 주제도 그때그때 다르다. 어떤 큰 그림을 그리며 시작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조금 멀리서 보니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나'다. 대부분의 글에는 주체적인 개인에 대한 주제의식이 묻어났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의식 중에 항상 남아있었나 보다. 난 '나'에게 관심이 많구나.


이는 이 브런치의 카테고리(일/사랑/돈/자아)와도 맞닿아있다. 블로그에서 뽑아낸 주제의식을 조금 더 정리한 형태다.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고민해야 하는 주제다. 하나라도 무너지면 개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런 나름 당찬 포부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승인이 되어 지금까지 작가 코스프레(?)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난 어쩌다가 '나'에게 관심이 생겼을까? 흔히 말하는 MZ세대여서? 영향은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나'에 대한 문제의식은 무슨무슨 세대라는 인식표가 붙기도 전에 피어났으니까. 그보다는 타고난 내향성에 더 많은 공이 있으리라. 정신의학자 칼 융은 내향성과 외향성을 에너지의 방향으로 설명한다. (요즘 새삼 유행하는 MBTI 검사 역시 그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내향성은 에너지가 안으로 흐르고, 외향성은 밖으로 흐른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내부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외향적인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난 에너지가 안으로 흐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면, 자아에 관심이 많다. 그렇게 조금씩 내 속을 뜯어본다. 지금 왜 이런 감정이 생길까? 언제 난 의미를 느끼고 행복할까? 외부세계와 만나면 내면은 어떻게 변화할까? 이런 식이다. 이렇게 자아라는 게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여기에 영향을 주는 타인을 주의하게 된다. 특히 부정적인 영향력일수록 더더욱. 대표적인 게 집단이나 조직, 규율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을 위해서가 아닌 더 큰 집합을 위해 존재한다. 더구나 나라는 한 사람을 위해 돌아갈리는 만무하다. 나는 나 자신이 지켜야 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독립이나 자유, 주체성을 글에 녹여냈다.


여기에 시대적인 분위기도 더해진다. 소위 'MZ세대'의 특성이다. 사실 이런 구분법조차 껄끄러울 때가 있다. 개인은 그냥 개인인데 거기에 괜히 소속을 하나 더하는 것 같아서. 사회과학적으로는 분류하기 편하겠지만 개인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꼬리표일 뿐이다. 사실 아까 언급한 MBTI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친구들과 즐겁게 나누는 스몰토크 주제로는 더없이 좋지만 과몰입하면 곤란하다.


내향성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은 항상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유튜브 영상을 올리거나 혼잣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관계의 폭이 좁은 나로서는 생각을 표현하는데 글만한 매체가 없다. 더구나 말은 항상 실시간으로 대응하길 요구한다. 조금 더 생각하고 말하고 싶은데 대화를 하다 보면 빠르게 주제를 넘나들어야 한다. 그렇게 대답을 주저하면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한 적 없는 외향적인 이에게 축복을!)


글은 재촉하지 않는다.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판단하지도 않는다. 몇 번이나 고치고 다듬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에게 닿는다.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화려한 무대나 주요 매체의 도움 없이도 대중과 만날 수 있으니까. 그것도 비대면으로. 난 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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