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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Jan 10. 2022

월요병 없는 월요일

주말만 기다리는 당신에게

직장을 한창 다니던 시절, 한 동기가 그런 말을 한다. 자기 친구는 주말을 참 싫어한다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주말이 끝나면 바로 월요일이 찾아와서'라고 한다. 그래서 주말을 기다릴 수 있는 목요일을 제일 좋아하고 금요일 저녁부터 기분이 안 좋아진단다.


월요병의 영어 표현인 Monday Blues나 Blue Monday도 있는 걸 보면 월요일에 대한 거부감은 동서양을 초월하는 문제인가 보다. 월요병과 대응할만한 다른 질병(?)으로는 목요병 정도가 있다. 일주일간의 피로가 누적되었지만 아직 주말이 되려면 하루가 더 남은 탓이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가장 피곤하거나 행복감이 낮은 요일로 목요일과 월요일이 꼽힌다.


모 방송사에서는 월요병이 심하면 일요일에 출근해서 잠깐 일하면 도움이 된다는 뉴스를 내보내 많은 이의 질타를 받았다. 사실 팩트만 보면 맞는 말이다. 주말 동안 달라진 생체리듬을 다시 업무 모드로 돌려놓으면 월요병은 확실히 덜어진다. 하지만 어쩐지 숙취에는 해장술을 마시라는 처방만큼이나 무책임해 보인다. 일 때문에 힘든데 그걸 더 많은 일로 덜어내라니.


월요병을 유발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1. 주말 동안 깨져버린 생체 리듬

2. 직장에 대한 불만족


생체 리듬이야 적절한 휴식과 규칙적인 숙면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건 더 깊은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실 직장에 대한 불만은 꽤나 여러 국면으로 존재한다. 업무, 상사, 동료, 사내 문화, 급여 및 복지, 근무시간, 통근거리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일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몸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월요병이 매주 도진다면 큰일이다.


전 직장을 3년간 다녔으니 약 150번의 월요일을 맞이했다. 그렇다고 매주 월요병에 고통받은 건 아니었다. 현재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월요병의 조짐은 없다. 그럼 난 언제 월요병을 이겨냈을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젊은이로서의 열정은 단연코 아니다. 월요병에는 조금 더 체계적인 진단서가 필요하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몸의 리듬이 깨진다.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시차가 있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길어서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된다. 그 와중에 몸을 사정없이 굴리다 보면 어김없이 몸살이나 피로감이 찾아온다. 안 그래도 유리몸이라 난 항상 여행지에서 몸을 사리는 편이다. 여행 첫날에는 숙소에서 쉬거나 주변을 가볍게 돌아본다. 일정도 빡빡하지 않게 짠다. 날씨가 안 좋으면 무리해서 돌아다니지 않는다. 이런 식의 몇 가지 원칙만 지켜도 쌩쌩하게 다녀올 수 있다.


평일 동안 팽팽한 고무줄처럼 긴장된 몸과 마음이 주말 동안 풀어지는 게 월요병의 근본 원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은 주말을 손보기 마련이다. 주말에도 알람을 맞추고 휴식을 취하고 일찍 잠에 든다. 이러면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왜 그럴까? 주말은 평일을 보상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평일 동안 고생한 나 자신을 위해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 쉬고 놀아야 한다. 그런 보상심리가 주말을 불태우게 만든다.


그럼 주말에 일이라도 해야 할까? 당치도 않다. 그럼 어떡해야 하지? 사실 힌트는 평일에 있다. 직장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이 평일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 힘든 평일을 보상받기 위해 주말을 열심히 보낸다. 그렇게 다시 월요병이 찾아온다. 그럼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보내는 시간, 즉 직장에서의 시간을 손봐야 한다.


전 직장에서 월요병이 찾아오지 않았던 순간은 바로 재택근무를 했을 때였다. 물론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출퇴근도 없고 상사도 지켜보지 않으니 마음 편하게 업무를 진행했다. 편한 옷을 입고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놓고 일할 수 있다. 재택근무의 핵심은 보다 더 주체적으로 업무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업무에 자율성을 주면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신에게 더 맞는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꼭 재택근무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현재 다니는 스타트업에서는 탄력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 몸을 억지로 일으킬 필요도 없고, 괜히 회사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서 밖에서 서성일 이유도 없다. 맞는 시간에 일정 시간 근무를 하고 주어진 일을 잘 마치면 된다.


사실 재택근무나 탄력근무제는 사례에 불과하다. 일에 있어서 주체성과 자율성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월요병이 유독 심한 직장인을 잘 보자. 평소에 주체성도, 자율성도 부여받지 못할 확률이 크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몸과 마음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주말이나 월급날만 기다리게 되고, 매주 월요병을 두 팔 벌려 맞이한다.


월요병이 매주 누적되면 우울감이 들고 번아웃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번아웃은 일의 강도나 시간이 아니라 일에 의미가 결여되었을 때 고개를 내민다. 내가 어딘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 업무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 자신의 능력이나 흥미에 맞는 업무 등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다만 이미 기성복처럼 모든 게 맞춰진 직장에서 이런 혜택을 누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은 내가 직장에 맞춰야 한다. 직장이 네모난 틀인데 내가 날이 잔뜩 선 별 모양이라면 내가 잘못된 거다. 모서리를 깎아서라도 그 틀에 맞춰야 하고, 그만큼 나 자신은 사라진다. 물론 누군가는 이 과정을 별 감흥 없이 이어간다. 직장은 원래 그런 곳이지 하면서 합리화한다.


하지만 세상에 원래 당연히 전통적으로 예전부터 그런 건 없다. 모든 건 변한다. 관료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마저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부침을 겪는다. 조직이 빠르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설 차례다. 월요병을 매주 참아내도 좋지만 언젠가는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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