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휴대폰 클라우드 서비스를 2 테라로 업그레이드하게 되었다. 몇 년 전 100기가짜리 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이거면 평생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사진과 영상 찍는 게 일상인 나에게 100기가는 턱없이 부족했고 200기가도 아기가 태어나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용량이 가득 찼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져댔다.
사실 용량 차지의 주범은 콘텐츠 제작이나 아기 성장을 기록하기 위해 남기는 영상 파일들이긴 하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넉넉한 용량을 갖게 되었으니 맘껏 사진을 찍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먹는 음식을 찍어서 식단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도 하늘이나 꽃이 예뻐 보이는 날은 풍경 사진을 마구 찍어댄다. 실수로 손가락이 두 번 눌려 같은 각도의 사진이 여러 장 찍혀도 굳이 삭제하지 않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게 새삼 행복하다.
물론 이렇게 찍은 사진 중 잘 나온 것들은 운영하는 SNS에 업로드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정 운영에 꼭 쓰이지 않더라도 나의 일상 순간들이 사진으로 앨범에 남겨져 있는 것을 보면 참 만족스럽다. 일단은 매일 남기는 일기에 '오늘의 하이라이트'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굿노트로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데 월별 페이지에 차곡차곡 하이라이트를 모으면 한 달 동안의 행복한 순간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페이지가 완성된다.
이렇게 기록으로서의 의미 외에도 일상 사진을 찍는 습관이 좋은 이유는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명상을 해오고 있긴 하지만 '알아차림'이나 'Being Present'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가이드 명상들을 들어보면 내가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호흡에 잠시 집중하도록 하지만 명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에고가 주인공이 되어 머릿속을 지배해 버린다.
사진을 찍는 순간은 이런 일상 속에서도 아주 짧은 명상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머그컵에 담긴 루이보스티를 사진으로 남기면 내가 지금 티를 마시고 있다는 것을 적어도 3초는 의식하게 된다. 가족들과 자주 가는 단골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을 찍는 것도 지금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을 알아차리게 도와준다. 사진을 찍는 동안은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멈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휩쓸리다 보면 며칠간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하고 보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저널링하는 습관이 있어 이런 경우는 다시 정신 차리고(?) 다음날부터 꼭 한 장이라도 남겨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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