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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Aug 09. 2019

건강검진

이번해도 초음파와 심전도 검진을 무사히 마쳤다.

해마다 나는 충남대학교병원에서 정기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충남권 최고의 시설과 역사, 의료 권위를 보유한 것이 충남대학교병원이어서는 아니다. 와이프의 사촌언니가 근무하시는 근무처였고 그래도 충남권 알아주는 대학병원이라는 사실도 내가 정기검진을 받는데 한몫을 하는 사실이다.


검진을 앞두면 건강상태에 이상이 생겼는지 걱정된다. 건강도 걱정이지만 그보다 이번해도 무사히 일반 위내시경을 잘 버틸 수 있을까, 작년에 내가 그걸 어떻게 했었지? 정말 대단한데! 약간의 자기 감탄과 자기애가 뒤섞인 감정이다.


건강상태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지만 별건 아니지만 더 미묘하고 세세하게 나를 신경 쓰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바로 초음파와 심전도 진단. 복부에 지방에 가득한지 연일 초음파 진료를 받을 때면 남들보다 족히 15분은 더 걸리는 것 같다.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미간을 살짝 지뿌린 선생은 나에게 말했다.


“아니, 배에 힘을 주지 말고 배를 내보내시라고.”


배를 어떻게 내보내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문을 열고 마중을 나가야 하는 건가? 배의 지방을 잡아 있는 힘껏 집어던지란 말인가? 어렵다. 가슴으로 숨을 쉬지 않고 배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 흡사 복식호흡과 뇌 호흡하기처럼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과제다.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나는 선생님의 지시사항에 맞춰 여러 번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길 반복했다. 토끼눈을 하고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봤다. 코로 숨을 쉬는 건지 배를 숨을 쉬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리 뒤척였다 저리 뒤척였다. 윗배를 내보냈다가 아랫배를 내보냈다. 시행착오 끝에 다행히도 초음파 검진을 마칠 수 있었다. 복부지방 때문에 초음파 감진 오래 걸리는 것 같아 이참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매년 했던 것 같다.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크음.”


나의 심전도 검사를 할 때 간호사가 내쉬는 불편한 호흡이다. 나는 가슴에 무수한 털이 난 탈아시아급 가슴털 보유자다. 아버지도 가슴털이 없으신데 유난히 나는 많이 가졌다.


사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의탈의를 할 기회(?)도 없고 수영도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럭저럭 살만했다. 웃통만 까지 않으면 내가 가슴털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분간이 안되니까.


심전도 검사는 다르다. 일단 심전도 체크를 위해 고무 빨판처럼 생긴 측정기를 가슴 피부에 부착시켜야 한다. 밋밋하고 매끈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적당한 힘과 균형만으로도 손쉽게 고무 빨판이 부착시킬 수 있겠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가슴털 보유자다. 촘촘히 난 가슴털 덕분에 심전도 체크 고무 빨판은 붙이고 정확히 3초 정도 후 ‘뿅’ 하고 떨어져 나간다. 강한 힘으로 꾹 눌러보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당연히 케어해주는 간호사의 한숨을 들을 수밖에 없다.


매년 느끼는 불편함 덕분에 난 심전도 검진을 할 때면 눈을 꾹 감고 바짝 긴장한다. 그리고 뿅뿅이가 제발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오늘은 이상하게 그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이를 꾹 깨물어 간신히 참았다.


“환자분 나오세요. 측정기 때문에 피부에 빨갛게 표시 난 부분은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세요.”



올해도

무사히 심전도와 초음파 검진을 마쳤다.


올해도

다른 추가 검진 없이 병원의 안심전화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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