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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Aug 13. 2019

노자와 장자는 YOLO족일까?

도가사상으로 바라보는 현대인의 정신적 허기


노자와 장자 (출처 : 네이버)



도가(道家) 사상은 노자에 걸쳐 장자에 이르기까지 '도'라는 자연의 이치를 따라 인간의 유한한 지식 따위로 쓸데없는 시비를 가리지 않고 무위자연의 삶을 추구하는 사상이다. 도가사상을 처음 접했던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윤리교육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수학 수업은 그리도 지겨웠는데 윤리 수업은 비교적 재미있었다. 사상과 철학이 참 따분한 주제지만 삶에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였을까? 아직도 무위자연, 물아일체, 성선 약수 등의 단어는 뇌리에 박혀있다.  


도가사상을 떠올리면 여전히 머릿속에서 연상되는 그림이 있다. 노자와 장자의 제자들이 산속에 들어가 풀밭에 누워 부른 배를 둥둥 치며 말하는 장면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어차피 자연의 이치대로 살아가는 것이거늘."


도가사상에는 절대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물의 가치는 결국 모두 동등하며 속세를 초탈하여 유유자적의 삶을 사는 것을 추구한다. 모든 차별과 분류는 인간의 유한한 지식으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에 구분 짓는 삶 자체가 허례허식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허례허식은 인간이 만사를 조급히 살게 하고 비교하며 경쟁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YOLO의 의미를 살펴보자.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도가사상과 어느 정도 맥락이 일치한다. 스스로의 행복은 비교하지 않음을 통해 개인이 느끼는 감정에 국한한다는 것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물아일체의 경지'처럼 자연에서 원리과 근본을 찾고 정신적 자유를 얻고자 하는 부분과 유사하다. '시험에 합격하면 어떻고 낙방한들 어떠한가. 돈을 모으면 어떻고 쓰면 어떤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즐겁게 사는 것이 좋겠다.'


진짜 욜로족에게는 철학과 사상이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소비란, 단순하게 물질적 욕구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이상과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말한다. 노자가 말하는 정신적 자유의 경지에 도달하여 재물과 물아일체가 되는 삶과 매우 비슷하다. 둘 다 매한가지로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스스로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토대로 살아가자는 의미다.


도가사상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서 정신적 허기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사상일 것이다. 어차피 경쟁하여 따라갈 수 없는 삶이라면 현재의 충실해서 살아가자는 방식을 응원하고 있다. 현대인이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고 닥쳐올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주어진 현재에 집중하며 살자는 욜로 사상이기도 하다.


현시대에 노자와 장자가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욜로족으로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권세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보직을 스스로 져버리고 산세에 박혀 무위자연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생각해보면 욜로족임이 분명하다.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공자가 노자를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쓰여있다.


"달리는 짐승은 그물을 쳐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물고기는 낚시를 드리워 낚을 수 있으며 나는 새는 화살을 쏘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용이 어떻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을 올라가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오늘 나는 노자를 만났고 그는 마치 용과 같은 존재였다."


공자가 노자를 용으로 표현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도리는 없다. 다만 그가 가진 사상과 철학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연로한 노인이 관망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깊은 감명과 존경심이 아니었을까? 삶을 대하는 방식은 각기 달라도 저마다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꾸준함을 이어가는 자조적인 태도 말이다.


욜로족을 탓할 수 없는 세상이다. 왜 그들이 욜로적 삶을 추구했는지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사유와 근거가 있다. 풍요로운 물질 세상에서 분명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실현하는 대상은 한정적이며 일생을 모두 산다고 한들 절대 그들을 따라갈 수 없는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사는 것이고 너는 너대로 사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삶이고 개인에게 주어진 자유라는 의미다.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방식을 절대 타인이 쉽게 해석하고 비판할 수 없다. 어차피 개인에게 주어진 삶은 개인이 누리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노자와 장자가 현생을 같이 살아간다면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각박한 현대사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입니까?"


노자와 장자는 내게 대답할 것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황새가 다리가 긴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뱁새가 다리가 짧은 것도 자연의 이치일 뿐이다.” 동문서답 속 정답은 내가 찾아야한다. 허허! 호호! 삶에 애환을 웃어넘기는 여유만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 아닐까? 지금 느끼는 자괴감과 괴리감도 타인과 비교를 통해 만들어낸 일종의 허례허식이거나 허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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