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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Aug 13. 2019

지키기 위한 돈

통화량의 변화와 연금의 거짓말  

돈은 '화폐'라는 수단을 통해 수시로 우리로부터 멀어지려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본을 증식시키는 것보다 지키려 하는 것이 더 옳은 원리라고 본다.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화폐는 없다. 세월이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변화하는 것이 바로 화폐다. 수시로 변화하는 자산의 흐름을 화폐로만 인지하고 있다면 결국 자기 자산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은 자산의 변화에 대해 매우 둔감하다. 자신의 돈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돈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행동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수입에 대해 집착하고 열중한다. 자산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벌어들인 행위보다 지키는 행위에 더 집중해야 한다.


'시간비일관성'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르며 최적이 아닌 상태로 변화하는 성질을 말한다. 시간비일관성이 투여된 대표적인 예는 '화폐'라고 할 수 있다. 양적완화 정책, 즉 시시때때로 화폐를 찍어내고 발행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찍어낸 화폐는 시중에 풀리고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개인이 수중에 집어 든 통화량이 많아질수록 마치 경기가 회복되고 부자가 된 것처럼 느끼겠지만 이는 극히 일시적인 환상일 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화폐 발행이 많아져 공급이 늘어나지만 수요는 한정된다면 화폐 자체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100만 원의 수표가 실제 100만 원의 가치를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에 라면 한 봉지를 500원에 살 수 있었지만 통화량이 증가함에 따라 화폐가치가 하락해서 이제는 라면 한 봉지를 800원을 줘야 구매할 수 있는 현상이 발생한다.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우리는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대중들이 인플레이션을 실물경제에서 느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플레이션을 깨닫는 그 순간은 이미 한발 늦은 상태다. 시장의 원리와 통화량의 변화에 대해 인지하지 못해 생긴 오류다. 쉽게 말해서 일반 사람들이 '돈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바로 '연금의 거짓말'이다. 연금이란 열심히 저축해서 모은 자산을 먼 미래에 일정기간마다 정기적으로 화폐로 지급해주는 제도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자산'을 '화폐'로 변환해 일정기간마다 지급한다는 것이 '연금'제도다. 바로 여기 거짓말이 숨겨있다.


돈과 화폐는 엄연히 다른 대상이다. 돈은 시간비일관성이 적용되지 않은 보존된 가치지만 화폐는 시간비일관성이 적용되는 변동되는 가치다. 다른 대상을 마치 같은 대상인 것처럼 속이고 있다. 그렇다고 연금제도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일부에게는 일정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화폐가 필요할 수도 있고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일정기간 정해진 금액의 화폐를 지급해주는 것은 어떨까? 단돈 500원으로 라면을 사 먹던 시절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라면값이 800원으로 인상된 상태라면 어떻겠는가? 지금 당장 연금으로 매달 나가는 50만 원의 화폐의 자산가치가 20년 후의 자산가치로는 얼마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자.


연금은 우리에게 50만 원을 매달 연금에 들면 20년 후에 1억 5천만 원을 지급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1억 5천만 원의 돈을 은퇴 후 매월 일정량을 지급해준다고 한다. 간단히 계산하면 매월 50만 원에 12개월을 곱하고 20년을 또 곱하면 1억 2천만 원이 된다. 무려 3천만 원을 더 준다고 한다.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3천만 원이나 더 주잖아? 정말 남는 장사 아니야?" 이렇게 혜자스러운 제도가 세상 어디 있냐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사실이 누락되어 있다. 1억 5천만 원에는 매년 상승하는 물가상승률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1억 2천만 원이란 가치도 화폐에 기록된 숫자만을 가지고 단순하게 계산한 방식이기 때문에 미래적 실질가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매월 50만 원으로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금제도를 만든 금융사와 보험사는 매달 우리가 내는 50만원을 꾸준히 모아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자산을 불린다. 금융사와 보험사는 화폐가 가지고 있는 '시간비일관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세계경제 대공황이 발생해서 화폐의 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연금제도를 통해 500만 원을 받기로 했는데 쌀 한 가마가 50만 원인 세상에 살고 있다면 과거에 연금을 들어둔 자신을 탓하며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얼마든지 유사한 상황은 20년동안 언제든지 발생할 수도 있다.


이글이 꼭 연금을 들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화량의 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항시 자산이 가지고 있는 기회비용에 대해 고려해볼 것이며 화폐와 돈의 극명한 차이를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과 전문적인 단어로 무장된 경제금융시장에서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우리'를 돌아보고 무엇이 문제고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보고 진정으로 '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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