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다 낮은 소비생활을 추구하자.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을 매우 윤택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계절과일을 계절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다거나 오늘 인터넷으로 주문해 내일 배송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인프라의 발달을 예를 들 수 있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발달한 것을 뽑자면 바로 ‘매체’다. 우리는 1초의 시간마저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읽고 정보를 얻을 때에도 매체를 통해 각종 소비재의 홍보와 광고에 노출되어있다.
매체는 소비를 촉진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다. 대학시절 광고홍보를 전공하며 귀가 닳도록 배운 변함없는 시장진리다. 과거에는 매체가 한정적이었기에 소비촉진을 위한 일개 수단일 뿐이었지만 현대는 다르다. 직관하건대 감히 매체로 인해 직접적 소비가 더 늘어났다고 장담할 수 있다.
과거는 TV와 라디오, 신문 등 우리가 흔히 일컫는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제품을 광고해왔다. 일방적인 메시지와 피드백 없는 사실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강매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매체들은 매우 한정적이었기에 일부 대기업의 전유물일 뿐이었다. 쉽게 말해 “당신은 선택의 자유가 없다. 우리 제품이 이렇게 좋은데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말아라.” 배짱 장사에 가까웠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며 인터넷이 매우 발달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깨부순 스마트폰은 인터넷의 광폭적인 확장을 이뤄냈다. 현대인은 더 이상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여유시간이 허락하는 족족 스마트폰을 보면서 물건을 비교하고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배짱 장사가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품질은 우수했으나 마케팅 비용이 없어 사장된 제품들도 빛을 보는 시대가 도래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카카오톡 등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을 통해 제품의 우수한 성능이 사람들의 손가락을 타고 저절로 홍보되기 시작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의 자체 광고도 가능해졌으며 경쟁이 치열해지며 가격이 착해졌다. 무엇보다 진짜 물건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스마트한 소비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대인의 소비습관은 매우 발전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찾기도 한다. ‘오픈마켓’과 ‘공동구매’라는 방식으로 우리는 물건의 도매가를 직접 파악하여 예전보다 싸게 물건을 구매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소비를 진행했다고 자기만족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숨어있다. 비록 합리적 소비는 맞을지라도 일상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소비재를 구매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매체를 통해 내가 인지하던 가격보다 저렴해 보였기 때문에 뇌의 시냅스를 따라 ‘싸다’라는 판단만 한채 구매한 것은 아닌지 한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발달한 매체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 소비가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주목할 점은 매체 때문에 비합리적 충동구매가 빈번해졌다는 사실이다.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비교적 싸다는 인식 때문에 쓸데없는 소비가 늘었다. TV를 켜고 3시간 동안 홈쇼핑 프로를 본다고 가정하면 분명 1개 이상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현대사회에서 매체가 소비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영향력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치열한 시장 경쟁 가도를 만들어 합리적 가격을 도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구매와 소비를 하게 하는 데는 엄청난 방해요인이기도 하다.
소득 수준보다 낮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가당치도 않는 말이겠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우리가 벌어들이는 소득 수준의 증가량은 매우 저조하지만 갈수록 한정적 재원을 가지고 소비하는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 이 소비의 척도가 ‘잘 사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잘못된 인식을 하기도 한다.
잘 사는(well being) 사람의 기준은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 가격 소비와 합리적 목적 소비를 함께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남들의 시선 따위를 의식해 쓸데없는 소비를 하고 현란해진 매체에 홀려 원초적인 가격유혹에 빠져 합리적 소비를 했다고 자기 위안해서는 절대 안 된다. 소득 수준보다 낮은 소비생활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부자가 되는 법의 초석은 ‘소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