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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인간 Sep 09. 2019

'R'과 'D'의 공포

더 이상 체면에 입각한 글로벌 경제는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주최하는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콘퍼런스'에 세계적으로 경제학으로 저명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대내외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잠정적 유사한 신호가 대한민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1965년 통계 작성 이래로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한국의 현 실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디플레이션(Deflation)'과 '리세션(Recession)'의 앞글자를 따 'D'와 'R'의 공포가 머지않아 한국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유는 내재적 요인도 있겠지만, 그보다 세계경제가 지금 어려운 시기에 닥쳐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브렉시트'의 효과로 유럽 국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끝나지 않은 무역전쟁으로 인해 세계 수출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일본'에 경제전쟁을 선포한 채, 우리나라 국가 핵심성장군인 '반도체 시장'에서의 승부수를 위해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2%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가 최대한으로 떨어진 한국 경제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공표한 '금리인하'는 앞으로도 몇 년간 지속될지도 모르겠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이 최대한으로 떨어진 한국 경제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 국가가 전면적으로 확장적인 재정운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있는 돈과 없는 돈을 죄다 끌어 돈을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D의 공포는 매우 무섭다. 그리고 인플레이션보다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가까운 일본을 예를 들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1980년대 세계 경제 2위라는 막강한 입지를 달성한 일본도 1990년대에 들어 거품경제가 무너진 후  '잃어버린 20년'으로 지금도 장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자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양의 통화를 풀고 풀어도 경제성장률 1%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 2위'라는 타이틀에 취해 경제에 대해 자만했던 일본이 자처한 결과다. 당시 4% 이상으로 상승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진행했다면 인플레이션은 잡혔을 테고 지금까지 유지되는 디플레이션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D의 공포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적시에 대처하지 못하면 엄청난 파급효과와 더불어 20년 이상의 장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


D와 R은 함께 움직인다. 디플레이션이 강력해질수록 경제 침체는 더욱 심해진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세계 각국이 전례 없던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면서 글로벌 경제 선순환 사슬을 가차 없이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D와 R 속도만 더욱 빨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 '초세계화'와 '글로벌 경제'라는 말은 의미가 이미 무색해졌다. 서로 치고받고 싸워서 빼앗지 않는다면 자국민의 생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하지만 불편한 사실을 해외 선진국들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과거 2004년에 주주들에게 보냈던 워런 버핏의 편지 내용을 보고선 미래에 닥쳐올 위험성을 제고한 워런 버핏의 혜안에 깊이 감탄했다. 2004년, 워런 버핏은 일찌감치 미국에서 외국으로 '부의 이전'현상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은 아무런 고민 없이 외국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받고 있으며 수출하는 물량 대비 수입하는 물량이 늘어나고 미국인의 채무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워런 버핏은 '글로벌 경제무역'이 미국과 거래하는 외국 모두에게 유익하지만 일방적인 거래로 인해 미국의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진다면 향후 미국인들은 과거를 방종한 대가로 해마다 미국 GDP 3%에 육박하는 경상수지를 외국에게 공물로 헌납하는 미래가 닥쳐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려 깊고 배려심 많은 미국의 온건주의'가 결코 지속될 수 없음을 미리 알아챘다.


미국을 터전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독일, 일본, 중국, 영국 등 세계 선진국들이 사실 극단적 '중상주의'를 통해 미국의 막대한 부를 야금야금 빼먹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중상주의란, 국가가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해 재화를 축적하는 전략이다.  현대판 보호무역주의를 가장 전적으로 대표하는 경제전략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가진 명분과 체면을 위해 단지 지켜볼 뿐이었다.  


과거에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되자마자 주변국에게 취하는 행동들을 그저 미친 짓으로만 평가해왔다. 도대체 왜 그가 그간 혁혁하게 쌓아온 주변국과의 신뢰를 무너뜨리면서까지 수입하던 항목에 대해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는데 혈안이 되었는지, 외국에 나가 열심히 돈을 벌어오던 자국 기업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했는지, 깡패처럼 미국 내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침을 튀겨가며 미국에 투자하라고 압박을 했는지, 달러와 유가를 내리려고 미친 듯이 발악하는지를 이제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세속적 지혜에 의하면 관례를 거슬로 성공하는 것보다 관례를 따르나 실패하는 쪽이 평판에 유리하다" 존 메이너즈 케인지의 명저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발췌한 문구다. 과거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의 행동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구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쌓아온 자국의 신용과 지구를 방위하는 수호 국가라는 명분보다 자국민의 생계유지와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어 준 '민주주의를 통한 자본주의'의 체제 유지가 더욱 중요하다. 이처럼 미국은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초강대국인 미국도 자국 내 우려된 경제 침체를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하물며, 그동안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에게 '중상주의'를 펼쳐서 수출경제로 먹고살아온 우리나라는 작금의 실태를 엄청난 위험요소 혹은 경고로 인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곧 다가올 'R'과 'D'의 공포로 인해 박살 나서 회복하지 못하는 일본의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돈을 풀어야 할 시기가 왔다. 정부는 돈이 풀릴수록 유동성이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풀린 돈으로 인해 닥쳐올 '초양극화'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자본주의에서 시장경제는 체제 유지를 위한 전제조건이며 양극화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예견된 결과일 뿐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R'과 'D'의 융단폭격으로 인해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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