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인간 Aug 27. 2020

인어

가능태의 공간으로의 진입 

어제 꿈에 인어를 보았다. 처음에는 갓 태어난 고래새끼처럼 생겼고 길쭉한 다리만 나와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내가 상상하는 여성의 인어가 아닌 남성이었다. 모양새는 인어이긴 했으나 다리가 있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대신 얼굴이 마치 생선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1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스스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꿈의 끝에 도달할 무렵에 키가 무려 2m 정도 되는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꿈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이었던 것은 그의 혀는 기다란 전깃줄처럼 생겨있었고 이 것이 나의 손과 팔에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형체가 두려웠기 때문에 꿈에서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은 나의 두 아들을 잘 보살펴주었다. 그래도 내 솔직한 심정으로 그 인어 녀석이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매우 불안했다. 꿈에서도 혹시나 잡아먹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섰다. 건장하게 큰 남자 인어 녀석은 자기와 같이 제법 큰 인어 친구들을 데려왔다. 그 인어 녀석의 친구들에 둘러싸인 나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인어 녀석은 내게 해를 끼치려는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인어는 내게 자신의 조상들을 설명해주었다.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인물들이 바로 자신의 조상이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난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꿈일지라도 인류가 인어와 함께 오랫동안 삶을 공존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그에 대한 적대감이 살포시 가시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장벽을 걷히지 않았다. 그 인어 녀석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자면 나와 다른 형태의 존재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표정 안에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애써 나는 그 모습을 들추려 하지 않았다.


새벽 3시 30분. 인어의 꿈에 시달려 잠을 설치고 일어났다. 한동안 그 괴이한 꿈 때문에 바로 잠들기는 힘들었다. 이 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파에 앉아 잠든 아이들과 아내를 바라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인어의 꿈을 꾸기 전, 나는  바딤 젤란드의 <트랜서핑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다. <트랜서핑의 비밀>이라는 책은 우리가 현존하는 삶 속에서 원하는 것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자 테크닉을 설명하는 책이다. 세계를 거울에 빗대어 두 가지의 세상이 공존함을 표현한다. 거울에 비친 세계는 실존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살아 숨 쉬는 가능태의 공간이고 내가 서있는 이 세계는 실존하지만 세상의 방식과 생각의 틀에 갇힌 한정적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그 책은 이상하면서 사실적이었다. 돈과 명예, 가치로운 것들을 얻고자 하는 방법이 부단히 내가 노력과 행위를 통해서 얻어내는 것보다. 심상과 영혼이 일치되어 자연스럽게 세계의 가치로운 것들이 스스로 나를 찾아올 수 있도록 접근방법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세계는 물질에서 에너지로, 에너지에서 물질로 수시로 변화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형체를 뒤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도 설명한다. 다시 바꿔 말해서 모든 이에가 공평하게 정답을 제공하고 모든 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전해주는 지식을 미루어볼 때, 인어의 형태는 나의 영혼 내지는 심상의 일부가 반영된 대상임이 틀림없었다. 인어의 형태는 우리가 표면적인 언어로 정의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 인어의 단순한 단어가 전해주는 지식과 어릴 적 동화를 통해 상상한 그 인어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매우 심도 있는 것이라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해 보았다. 물고기의 모양을 했으나 다리가 달린 그 남자 인어의 모습. 겉은 흉측할지라도 마음이 착하여 나의 두 아들을 돌봐주던 그의 모습. 나의 양팔과 손에 연결된 인어의 혀의 형태. 나의 다른 모습이 그 남성 인어의 형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 인어의 형태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을 때 난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얻었다. 양극성을 모두 가진 세상에서 내가 흉측한 그 몰골에 대해 집중하여 쏠림이 발생했을 때 그 인어의 착한 심성과 마음을 그릇되게 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입견' 같은 단어로 표현되는 그 감정. 상대는 내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나와 나의 가족들을 돌봐주는데도 불구하고 끝없이 그 대상을 의심하고 그 의도를 나의 주관적 감정으로 전이시켜 불순함을 찾으려는 시도. 그 선입견의 불쾌함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았다.


다른 면으로는 나의 심성과 영혼이 표현한 인어의 모습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기도 했다. 왜 하필 인어의 모습일까? 호랑이, 사자, 여우, 원숭이 등 이 세상에 실존하는 다양한 생명체들도 많은데 현실세계에서 내가 마주하지 않았으며 오롯이 고대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그 생명체가 내 꿈에 등장했을까?  더군다나 내가 상상하며 머릿속에 각인시킨 인어의 모습은 여성이면서 상체가 사람의 형체를 가지고 있으며 하체가 물고기의 형태를 가진 모습인데, 내 꿈에 나온 인어의 모습은 남성이면서 상체가 물고기의 형태였고 하체가 사람의 형태였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신비한 꿈으로 쉽게 잠들지 못한 그 새벽시간. 내 꿈에 나온 그 인어의 등장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를 해보았다.


1. 인어의 등장 : 꿈은 기억 속에 존재하는 대상만 표출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만으로 꿈이 형성되지 않는다)  

2. 인어의 모습:  본질이 내가 생각하고 정의한 것과 다를 수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3. 인어의 실존 :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세계와 존재가 공생한다)  

  

마치, 가능태의 공간으로의 진입을 위해 마음가짐과 나의 심상의 경로가 변경된 느낌이었다. 과학적 원리를 통해 증명하는 것은 극히 일부의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그 어떤 혼돈과 착시 속에 빠지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새롭게 열린 처음 보는 그 길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자.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에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