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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들의우상 Sep 03. 2020

이 나라는 끝났다.

여긴 이제 끝이다.

<2020년 9월 2일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에서 발췌>

2020년 9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 위와 같은 글이 올라온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핵심적인 문장이 들어있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드십니까?"


대통령님.

존경하지 않는 대통령님.

초등학생도 이보다 유치하지는 못할겁니다.

대통령님께서 기본적인 산수를 못하실까봐 아래 정부에서 발표한 코로나 참여 의료진의 구성을 가져와봤습니다.

의사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보다 적습니까?

이걸 보고도, 대부분의 인력이 간호사였다는 말씀이 나오십니까?

아니, 애초에 뭐 많든 적든 상관 없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SNS에 이와 같은 집단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게 정상적입니까?

간호사와 의사간의 사이도 갈라지면 의사가 더 압박감을 느낄 것 같습니까?

간호사들이 진정 당신의 그런 글에 고마워할 것 같습니까?

기가 찹니다.

당신이 똑똑한 사람이라, 이렇게 언론을 유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보고 느꼈습니다.

더이상 당신의 나라에 답은 없습니다.

그만두십시오.


https://news.v.daum.net/v/20200902195108300

현재 다음 뉴스의 메인에 실려있고, 무려 댓글 수가 14000개가 넘는 이 글.

언뜻보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박근혜 정부 때는 공공의대로 연간 7백명을 뽑자고 하다가, 이제는 문재인 정권에서 뒤통수 친 것 같이 유도한 이 글.


나조차도 이 헤드라인을 봤을때 혹여나 싶었다.

아 진짜로 교수님들이 이런 생각이셨나. 정말로 그들은 박근혜 정권의 개라서, 문재인에 반박한 것이었나.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정말 정치적 놀음으로 잘못된 사상을 가졌던 것인지.


그래서 확인해보았다. 직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온나라 정책연구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기사에서 인용한 그 보고서 231페이지를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기레기들아.

이 쓰레기 새끼들아.


  성균관대학교는 한 학년이 약 40명이다. 그렇다면 총 운영 인원은 6개학년 약 240명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연간 240명을 운용한다고, 그렇게 정보를 호도하는 헤드라인을 뽑지 않는다. 이 공공의대는 연간 100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가정되고, 학석사 통합과정이기에 700명의 학생들을 운용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매년 700명의 의사 증원이 필요한 줄 알겠다.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읽으면 읽을수록 기사의 내용에 일부러 누락시킨 점이 너무나 많았다. 해당 논문의 취지는 공공의료 분야를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기사에서는 이렇게 묘사한다. '지금의 공공의대 정책과 다를게 없다.' 다를게 없다고? 같은점을 찾기가 더 힘들다. 나는 국회에서 상정한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발의문 전문을 읽었고, 해당 보고서도 전문을 읽었다. 근데 이게 같다고? ㅏ와 ㅑ가 똑같이 쓰였으니 같다고 우기는 수준이다.

  위의 사진은 해당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관한 부분이다. 서울, 인천, 경기권을 제외하고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의 일부를 공공의료 인원으로 돌린다. 즉 추가적인 증원은 일어나지 않는다. 추가적인 증원이 일어날 경우 100명에서 해당 부분을 제외한 소수의 인원만이 증원된다. 즉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애초에 700명을 증원시키는 정책이 아니다. 교수님들이 피땀흘려 써둔 보고서를 이렇게 여론을 호도하는데 쓰냐.

  

  제일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을 설립한다는 점이다. 현재 2020년의 공공의대 방안을 살펴보면, 지역의 공공의대에 수련병원 건립 언급은 없다. 그들은 오히려 서울의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 병원 등에서 수련을 받는다. 하지만 2015년 서울대 교수들의 주장은 달랐다. 보고서를 인용하자면, 500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3차병원_대학병원 급)을 건립해서, 일자리 창출을 해내고, 지역에 대학병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었다. 지금 의사들이 주장하는 '기피과 의사들의 일자리 창출'과 정확히 일치한다. 기피과, 소위말하는 바이탈 과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해 중소병원에서 감당할 수 없다. 그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에, 의료소외 지역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대학병원을 건립하자는건데, 지금의 의사들의 주장과 완전히 일치한다. 이 내용이 지금 조민 양성소로 변질될 공공의대안과 같다고? 양심이 있으면 기사 내려라.

  아 한가지 같은 점은 있다. 의무복무 10년. 근데 이 단어만 같지, 운영 방식은 천지차이다. 그냥 지방 보건소, 병원 등에 강제하고 10년을 보내게 하는 2020년의 공공의대 정책과는 다르게, 이 공공의대는 철저히 예과 교육과정부터 공공의료에 관한 것만을 배운다. 오죽하면 보고서에서 해당 의사들을 일반 의사들과 다르게 지칭해서 불러야한다는 언급까지있다. 심지어는 500병상이 과잉공급이 되면 어떻게 하나에 대한 고민까지도 있더라. 즉 해당 보고서는 철저히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작성된 보고서로, 10년간의 의무복무 중 의사들의 급여, 경력 개발, 거취에 관한 문제까지 철저히 조사했다. 고위층 자녀들의 시민단체 추천으로 입학시키고, 서울에서 수련받고, 해당기관에 우선채용 되는 이른바 '황제 의사'가 될 그분들을 위한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지금 이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대 의대 교수팀은 얼마나 욕을 먹고 있을까. 일반 국민으로부터, 그리고 어쩌면 이 기사에 낚인 의료인들로부터. 어쩌면 그들이 친박 성향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원하는 입맛대로 보고서를 썼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건 지금 난립하는 공공의대 안과는 차별화된 퀄리티의 보고서다. 이렇게 헤드라인으로, 낚시성 기사에 언급되어 지금의 안과 비교될만한 일이 아니다.


이 정책 보고서 원안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이런 내용의, 이런 퀄리티의 보고서인지.


그리고 알았다.


우리는 이길 수 없다.


명문화가 되고, 이 휴학이 끝나도, 우리는 패배한 것이다.

지금 이 파업이 끝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는 패배했고

이 사회에 더이상 정의는,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대한민국이다.

이게 내 나라다.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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