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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oo Nov 23. 2023

4개월 차 임산부의 몇 가지 단상

6개월 후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정확히는 오늘로 16주가 되었고, 이제 조금씩 배도 나와서 아주 조금씩 임산부가 된 걸 실감하고 있다. 남편도 주변에서도 많은 배려를 해줘서 정말 몸도 마음도 배 부른 산모이지만, 남몰래 배 부른 소리 한번 더 해보려고 한다.


1. 임산부 OOO

 생각지도 못했는데 의외로 조심해야 할 것들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임신초기엔 내 모든 행동을 하기 전에 버릇처럼 임산부 OOO을 검색했다. 자궁 수축이 일어날 수 있어 팥도 파인애플도 먹으면 안 되고 유선의 발달을 막는다고 식혜 수정과도 먹지 말란다. 사실은 커피도 하루 한잔 정도는 괜찮고, 다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적당한 양을 섭취하면 문제 되지 않는다길래 매번 사전검열하면서 스스로 10개월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서 이젠 관뒀다. 그런데 이제 남편이랑 직장동료, 가족들이 한두 마디씩 하는 것이 스트레스. 일하다가 오랜만에 커피 한잔 마시고 있으면 누가 와서 '커피 마시면 안 되잖아, 차 마셔!

 ... 

 하루 권장 섭취량은 얼마인데, 내가 권장량을 잘 지켜서 먹으며 주의하고 있다고 매번 말하는 것도 귀찮고 구차하다. 내 입맛을 고수하자고 태아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부주의한 산모가 되는 기분이다. 모두들 나와 아기를 걱정해서 그런 건 알겠는데, 가끔 눈치도 보이고 불편하다.


2. 저 괜찮은데요. 진짜!

 원래 건강한 편이라 감기도 잘 안 걸리고, 잔병치레가 거의 없다. 집에서 홈트는 꾸준히 하고, 대단히 잘하는 스포츠 특기는 없어도 기분 나면 등산, 골프, 조깅을 한다. 그래서 임신하고서도 힘들지 않은 만큼의 운동을 계속해서 그런지 허리가 아프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힘든 건 없다(아직까지는). 친정 엄마도, 시댁 엄마도 입덧을 안 하셨다던데 유전인지 나도 입덧/먹덧이 전혀 없다. 3개월 차까진 임신 전보다 조금 더 일찍 자고 낮에도 가끔 졸렸는데, 요즘엔 체력이 거의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다들 안쓰러운 눈으로 많이 힘들지 않냐, 네 몸이 네 몸 같지 않지?, 임산부는 쉬어 등등등 너무 많이 걱정해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근데 나 진짜 괜찮은데, 괜찮다는데도 다들 왜 이리 걱정하고 내가 마다하는 배려까지 해준다. 임신 전에 비해 100%는 아니어도, 80% 정도의 체력은 충분히 있어서 나의 몫은 내가 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못하게 한다.

 그저 감사하게 생각하고 받으면 된다는데 왜 그게 자꾸 싫은 이유는 다음의 생각에서 이어진다.


3. 나는 임신해도 나인데요.

 원래 남이 해주기보다 직접 하는 게 속이 편하고, 여자라고 당연히 배려받고 싶지도 않고, 그만큼 나도 내 몫을 챙기기를 원한다. 그런데 임신했다고 자꾸 배려를 받으니 내 모습을, 내 몫을, 내 역할을 벌써부터 조금씩 뺏기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직 아이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변하는 것 같은 나 자신과 주변이 밉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변화인데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뱃속의 여리고 소중한 생명을 배려하지 못하고 내 고집대로 사려고 하는 이기적인 엄마인 건가...


4. 나의 라이프스타일, 지킬 수 있을까?

 있으면 편함 보다는 없으면 불편함이 소비의 기준인 나는 확고한 미니멀리즘이면서,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대한 센스와 감각이 없으니 무조건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깨끗 아님) 산다. 사람을 초대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딱 필요한 식기와 쓰기에 문제없는 적당한 가구와 가전만 있다. 그런데 출산까지 약 6개월이 남은 이 시점에 새로 오실 이 식구분이 너무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단다. 필수 육아 용품 리스트만 해도 수도 없이 많고 그 브랜드와 제품군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아직 내가 너무 출산과 육아를 우습게 보는 걸까? 그게 정말 다 필요한지 정말 모르겠는데, 다들 주변에선 필수필수필수란다. 이 많은 물건들이 내 집을 점령해 버려서 물건에 묻혀 살 것만 같다. 출산까지 좀 더 미뤄놨다가 하나씩 구매여부를 결정해야겠다.


 몇 가지 정리하다 보니
 이기적인 엄마가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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