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일을 많이 했을 때는 꿈속에서도 일을 하곤 했다. 꿈에서 밤새도록 일을 했는데 눈뜨면 다시 출근이었다. 휴일에도 머릿속에서 일을 걷어 내는 게 안 돼서 나는 많은 날 괴로웠다. 일요일 밤은 매번 한 시간에 한 번씩 깨곤 했다. 언제나 일과 생활의 조화를 이루는 게 가장 어려웠다. 요즘의 나는 그에 비해 아주 한량의 삶을 산다. 일단 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난다. 가급적 평일 낮에 약속을 잡는다. 느리게 걷거나, 식사하거나, 말하는 삶을 추구한다. 나는 비로소 생애 최초로 멍 때리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이전에 나는 왜 그렇게 자주 발목을 접질리고, 소화불량에 시달리는지 알지 못했는데, 최근에 천천히 걷기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살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그렇게 종종거리고 숨이 찼던 거 같다.
그렇게 나의 속도를 찾아 느리게 살기로 했음에도, 가끔 생각이 마구 속도를 위반하여 달려 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치 정신과 육체가 분열을 일으키듯 불안해지곤 했는데 그렇게 불안이 찾아오면 많은 날 잠에 들지 못했다.
나는 매일 15킬로를 걸었다. 하루에 18,000보를 걸어도 잠에 들지 못하자 새로운 불안에 빠져들었다. 나는 거대한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건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 뜨개바늘을 발견했고, 충동적으로 다이소에서 실을 구매했다. 그날부터 3년간 나는 잠 못 드는 많은 밤을 뜨개를 하며 그야말로 명상 수련을 하곤 했는데 이건 어쩌면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처방이었다.
처음엔 그저 작은 인형 소품 같은 것을 떴다. 어느 여름엔 그물 백을 열 개쯤 떠서 지인들에게 모두 선물했다. 나는 누워서도 뜨고, 손목이 비틀리는 통증이 오거나, 손등에 마비가 올 때까지도 떴다. 어떤 날은 밤새 뜨다 동이 터오기도 했고, 어떤 날은 새벽 세 시쯤 뜨다가 하루 종일 뜨개만 한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그냥 던져버리고 잠들기도 했다. 계절이 바뀌어 옷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쌓여있는 뜨개옷을 보며 “내가 미쳤지. 무슨 거창한 뜻이 있어, 이렇게 여기에 집착하는가? 이제 그만 떠야지... “ 하면서도 다음날이면 여지없이 ”이번 달은 뭘 뜰까? “를 생각했다.
살면서 일어나는 많은 인연처럼 그때 나에게 왜 뜨개가 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집중하는 동안 손을 움직이는 게 좋았고, 잡념이 사라지는 게 좋았고, 빠르게 결과가 나오지 않지만, 천천히 꾸준히 하면 한 달 즈음 지나 결론이 나는 게 좋았다. 그리고 중간에 실수를 하면 나만 아는 허점이 생기는데, 그러면 그 뜨개가 더욱 손맛이 나서 좋았다.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무이한 무언가가 된 것만 같았다. 언젠가는 그 시절 나의 불안을 돌파해 준 뜨개가 왜 내 인생에 왔는지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먼 미래에 나는 동네에서 제일 뜨개 잘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