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 것

by 투명구름

4년 전 혼자가 되었을 때 나는 이제 뭘 먹고살아야 하나? 막막하고 두려워서 매일 울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잘 먹고 잘 살았다. 걸을 힘도 없었는데 어떻게든 굴러서 살아졌다.



사람이 못 먹게 되는 건 곳간에 쌀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병들어서라는 것을 나는 최근에 알았다. 밥상을 정성스레 차려놓고 두 시간씩 고통스럽게 멍을 때렸다. 먹어지지 않는다는 게 어떤 건지 난생처음 경험하며 몇 달을 애썼다. 이제는 하루 두 끼는 어떻게든 먹는다. 뭐가 먹고 싶으면 열심히 찾아서 먹으려고 한다. 잘 먹어지지 않으면 사람을 만나서라도 먹는다. 밥 먹고 디저트를 먹더라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뭐든 먹으면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을 한다.



여전히 어떤 날은 밥상을 차려놓고 먹어지지 않는 날이 있다. 그래도 조바심 내지 않으려 한다. 나는 식은 밥도 맛있어하니까 기다리는 것도 괜찮다.



경복궁 야간 관람 티켓팅을 혹시 몰라해 놓고 혼자 가는 게 뻘쭘해서 취소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 가을날 고궁산책을 놓치기 싫어서 가기로 했다. 바쁘니까 일단 취소하라는 과장님의 농담 섞인 진담에 잠시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그냥 가지 말까?? 하지만 나는 5초도 되지 않아 바로 거절했다.


'나는 이제 나의 즐거움을 일에 양보하지 않을 거야.

일도 중요하지만 나는 더 중요하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갔던 경복궁의 밤은 너무 아름다워서 놀라웠다. 밤공기는 폭신했고. 달빛은 없었지만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이 드라마틱해서 조화로웠다. 혼자 걷던 경복궁의 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내가 나와한 약속을 지켜내서 많이 고마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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