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나무

by 투명구름

친구 J 와의 대화에서 요새 조금 우울한 거 같다는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함께 하다가 결국 우울증은 뇌의 농간인 거 같다고 말했다. 상실감은 시간이 지나야 극복하는 거고 지금 느끼는 무기력은 몸 안에 결국 어떤 물질의 부족이니까, 약 먹으면 확 좋아지기도 하고 그런 거겠지. 결론은 세로토닌이 문제다. 근데 사실 나는 선생님 상담보다 내 친구들과의 대화가 더 상담 같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기를 쓰고 그들을 만나러 다닌 것도 같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J가 우리 오빠, 언니도 좋고 친구들도 좋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맞다. 나는 내 옆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한 사람만 사라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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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를 만나 카페에 갔는데 거기에 문방사우 디스플레이가 되어있는 곳이 있었다. 나무로 된 묵직한 문진을 발견해서 신기해하다가..."이런 건 어떻게 만들까? 엄청 무거운데?"라고 물었다


친구는 “아마도 북쪽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닐까? 그런 나무는 쉽게 자라지 못해서 느리게 자라니까 묵직하지. 그리고 아마 물을 먹여서 가공하는 법이 있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나는 생각했다.

느리게 자라는 나무도 이렇게 딱 맞는 쓰임이 있다. 무거운 나무라서 가졌던 핸디캡이 금세 최고의 장점이 되는 상황.


역시 친구들이 최고의 선생님이다.


가을이 깊어지고

산책도 다시 탄력이 붙었지만

겨울이 오는 건 조금 두렵다. 가끔은 이런 내가 답답하지만 내가 북쪽나무인 것을 부끄러워 말아야지.


언젠가 나도 나에게 맞는 쓰임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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