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by 투명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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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걸친 서평 쓰기 수업을 마쳤다.

이 책 저책 방황하다 결국 ‘긴긴밤’을 선택해 글을 썼다.

울지 않고 담담하게 이 책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가끔 어떤 장소에 가면 너무 좋았던 기억 때문에 거기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한때 좋았던 기억이 아파지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


내겐 ‘긴긴밤’이 그랬다.

분명 좋았던 책인데 그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너무 무너져있던 시기여서 인지 그 책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때의 아픔이 다시 찌르르하고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다시 읽고 싶을 때마다 망설였던 건 그때의 기억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담백하게 써야지 마음먹고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다시 읽었다.

세 번째 읽어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운다.

결국 서평을 담백하게 쓰지도 못했고 분량 조절도 실패했으며, 퇴고 역시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제출했다.

그래도 글로 정리하고 나니 이제 새로운 ‘긴긴밤’이 나에게 남았다.

100년이 넘었다는 남산도서관의 어느 층고가 낮은 세미나룸에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글을 읽은 기억으로 ‘긴긴밤’이 새롭게 탄생했다.

기억은 기억으로 덮는다.

있던 일은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견뎌질 거라던 언니의 말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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