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일상 희망, 오리 스테이크

여섯 번째 끼니

by 초삐

_경의선 숲길 옆 작은 식당의 저녁이었다. 초여름. 창밖으로 나무 내음이 스며들고 안은 포근한 조명 아래 마스코트인 보더콜리가 우리를 반겼다. 메뉴판을 펼치기 전부터 어떤 메뉴를 시켜야 할지 알았다. 네가 좋아할 법한 메뉴를 공부하고 갔으니까.


오리 스테이크.


블로그에서 봤던 사진이 참 맛나 보였다. 게다가 오리는 어딘가 몸에 좋은 고기라는 생각이 든다.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 이런 걸 네게 주고 싶다. 오늘은 너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예쁘게 담긴 접시여야만 한다. 그래서 오늘 여기 오자고 한 거다.



_셰프가 정성껏 구워낸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리 안심, 단정하게 잘려진 고기 옆 윤기 나는 달콤한 소스. 나는 그 접시를 네 앞으로 살며시 밀어놓았다. 괜히 내 마음 한쪽도 함께 건넨 것 같았다.



_음식을 권하는 일이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지 모르겠다. 말로 꺼내도 좋을 말들이 있다. "오늘 네가 좋아 보여서", "요즘 고생이 많은 것 같아서", "그냥 네가 웃으면 좋겠어서". 하지만 어째 내 입은 떨어질 줄 모른다.

그래서 셰프의 솜씨를 빌린다. 접시 위에 내 서툰 마음을 얹어서.


접시 위 잘 구워진 오리가 비로소 의미를 갖는 건 네가 웃으며 한 입 먹어줄 때다. 나는 그 순간이 좋다. 네가 맛있다고 말하는 순간, 셰프가 만든 요리는 비로소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생각해보면 식사 자리에서 내 손은 늘 바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음식을 나누고 네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조각을 골라 담는다. 네가 써는 데 애먹을 때면 내가 대신한다. 처음에는 그저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것도 내 표현, 한 종류의 언어라는 것을.



_감자를 좋아하는 네게는 도톰한 조각을, 당근은 싫어하니까 슬쩍 걷어낸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작은 기호들을. 산미가 강한 커피는 싫어한다. 달콤한 크림 가득한 디저트를 좋아한다. 담백한 음식도 즐기지만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제법 좋아한다.


이 사소한 정보들이 쌓여서 하나의 지도가 된다. 그 사람을 이해하는 지도. 누군가를 오래 지켜봤다는 증거이고 조용히 아끼고 있다는 표현이다.



_특별한 누군가를 떠올리면 반사적으로 따라오는 조용한 다정함이 있다. 그건 의무가 아니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 사람은 모를지도 모른다. 메뉴를 고를 때 네 얼굴을 떠올렸고 네 접시에 네가 싫어할 만한 건 올리지 않으며 네 편안함을 생각했다는 사실. 이 모든 마음을 네가 다 알 필요는 없다. 그래도 괜찮다.


꼭 알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모르기를 바란다. 그저 네가 내 옆에서 편했으면 한다. 나는 그거면 충분하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순간이 나는 좋다.


조용한 다정함. 나는 그게 좋다.



_오늘 저녁의 오리 안심 스테이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건 말하지 못한 마음의 형태였고 서툰 표현의 대신이었다.


경의선 숲길 옆 작은 식당, 작은 식탁 위, 소박하지만 단정한 접시. 둘 사이에 놓인 음식들. 이런 평범한 순간 속에서 피어나는 다정함이 더 진실하고 더 오래간다고 믿는다. 이런 온기를 네게 전하고 싶다. 네 일상이 따뜻하기를 바라니까.


따뜻한 편안함에 기뻐 웃는 네 얼굴을 자꾸만 보고 싶으니까.


MARS_2025년 6월 13일_오리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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