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easy or difficult to know (2)
어떤 단어의 길이, 그러니까 철자수의 많고 적음은 그 단어를 알거나 외우는 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관건은 얼마나 많이 보고 익혔냐는 것이다. 앞서 봤듯, 철자수가 여덟개나 되는 remember나 아홉 개인 beautiful이 전혀 어렵지 않은 단어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 단어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철자의 수가 네 개밖에 되지 않는 vile이나 세 개밖에 안 되는 doe, 심지어 두 개뿐인 id 앞에서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이유는 몇 번 보지 않았거나, 여러 번 봤어도 아주 띄엄띄엄 봤거나, 아예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vile [vail] ⓐ 극도로 불쾌한 = disgusting / 비도덕적인 = wicked
doe [doʊ] ⓝ 사슴이나 토끼의 암컷 = hind
id [id] ⓝ 이드 /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ego)의 근간을 이루는 본능적 충동
단어를 암기할 때 단어만 외우는 것보다 그 단어가 들어가 있는 문장을 통해 익히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당연하다. 어떤 단어가 우리에게 노출되는 것은 단어만 따로 떼어진 상태가 아니라 반드시 문장에 섞여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 사람의 어휘력이 풍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구두쇠 스크루지Scrooge 영감이 나오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1812-1870)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에 나오는 한 대목을 보자. 이 유명한 단편은 영어공부를 막 시작한 사람은 물론, 영어공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단편소설이라 길지 않아서 좋기도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단어나 표현이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들이어서 회화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A mighty blaze went roaring up the chimney. Many kinds of fine food were on the table. "Come in! I am the Ghost of Christmas," said a loud, jolly voice. Scrooge entered timidly and he hung his head before the spirit.
거대한 불길이 굴뚝 위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훌륭한 음식들이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다. "들어오시오! 난 크리스마스의 유령이요,"라고 크고 유쾌한 목소리가 말했다. 스크루지는 겁에 질린 채 안으로 들어가서는 유령 앞에 고개를 떨궜다.
* mighty ⓐ 강력한, 힘센, 장대한 = powerful, strong
* blaze ⓥ 활활타다, 눈부시게 빛나다 ⓝ 불길, 화재
* roar 포효하다, 고함치다; 불길이 맹렬히 타오르다
* jolly ⓐ 즐거운, 쾌활한 = cheerful, merry
* timidly ⓐⓓ 소심하게, 겁을 먹고
* hang one’s head 고개를 숙이다, 기가 죽다, 낙심하다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처럼 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문학작품은 영어공부에 매우 유용하다. 아무리 짧은 단편소설이라도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라면 다 읽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내용을 아는 소설이라면 복습을 하듯 읽어나갈 수가 있거니와 거듭해서 읽다 보면 한 편을 모두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일고여덟 번쯤 읽고 나면, 어느 순간, 한글로 된 단편소설을 읽는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소설에 나오는, 평소엔 생소해서 어려웠던 단어들이 어느새 쉬운 단어, 어렵지 않은 단어가 된다. 이런 트레이닝을 계속하게 되면 단어만이 아니라 문장의 ‘패턴’이 이미지화 되어서 마치 그림처럼 쓱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파악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 평소에 잘 볼 수 없어서 어렵게 느껴지던 단어를 '쉬운 단어'로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이〈영어로 지식 쌓기〉세 번째 이야기, 마지막 시간(3-3)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