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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피부> 이현아 지음

오늘의 밑줄 2025.08.19

by 공룡 잠자리

P182

내가 그 식탁에서 배운 것은 어떤 종류의 풍요로움이었다. 많은 세계를 품어본 사람만이, 또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금전적인 부유함이 아니라, 지적인 윤택함으로 빛나는 것. 그날 이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 저녁 식사를 떠올린다 온기와 냉기가 적절히 오가고 단정한 음식과 와인이 오르고 시간을 굽이굽이 접었다가 길게 늘어뜨릴 수 있는, 내가 아는 세계로 타인을 가두지 않고, 가본 적 없는 곳으로도 멀리멀리 데려가는 장면을 그린다. 언젠가는 그 식탁을 관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는 소망도 슬쩍 올려두면서. 넘실 거리지만 결코 넘치지 않는 이야기를, 대화의 스파크가 일어나는 순간을, 애정과 지식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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