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어떻게 행복한 왕자의 메신저가 되었나?

by 정유철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읽기]


행복한 왕자는 처음 만난 제비에게 자신의 몸에 장식된 보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라고 부탁한다. 메신저, 심부름꾼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왕자는 제비가 믿을 만한 지, 보석을 제대로 전달해줄지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다. 왕자가 묻지 않아도 독자가 제비를 신뢰하고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으면 된다.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어디에 그런 장치를 해두었을까?

행복한 왕자의 메신저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돈이나 보석에 욕심이 없어야 한다. 이 조건이 특히 중요하다. 심부름을 하는 도중에 배달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이 된 왕자는 두 발이 받침대에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어 제비가 보석을 가지고 달아나면 쫓아갈 수 없다. 둘째는 제비는 큰 보석을 부리에 물고 멀리 날 수 있어야 한다. 왕자가 원하는 곳에 보석을 정확하게 전달해주어야 한다. 제비는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을까.


먼저 첫째 조건. 제비는 돈을 어떻게 생각할까. 제비에게 웬 돈? 동화에 나오는 동물은 의인화된 거니까, 제비에게도 금전관을 물을 수 있다.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 하고 제비가 말하자-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기를 좋아했다-갈대는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를 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 주위를 빙빙 날며 날개로 강물을 스쳐 은빛 물결을 일으켰다. 이것이 그의 구애 방식이었고, 이는 여름 내내 계속되었다.
"어처구니없는 사랑이야." 하고 다른 제비들이 지저귀었다. "그녀는 돈이 없는 데다 친척들이 너무 많아." 그리고 사실 강은 갈대로 꽉 차 있었다. 그 후로 가을이 되자 그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제비가 갈대를 사랑하여 구애하던 여름. 제비가 보낸 나날이다. 이 대목을 보면 당시 결혼 조건에는 사랑보다도 돈을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돈, 즉 재산이 많고 손을 벌리는 친척이 없을수록 결혼하는 데 유리했다. 그런데 갈대는 돈은 없고 의지하려는 친척이 많았으니 세상 기준으로 본다면 쉽지 않은 결혼 상대였다. 그런 갈대를 사랑한 제비는 돈보다는 사랑을 중시했고, 그만큼 순수했다. 세상의 가치관과 다른 가치관을 지닌 제비를 보고 친구들은 비웃었다. “어처구니없는 사랑이야(It is a ridiculous attachment).”


오스카 와일드는 제비와 갈대의 사랑 장면에서 제비의 금전에 관한 가치관을 제시하였다. 이 대목을 읽은 독자는 돈보다는 사랑을 선택한 제비를 신뢰하게 된다. 제비는 금(gold)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때 그는 높은 원기둥 위에 서 있는 왕자상을 보았다. "저기에서 묵어야겠군." 그는 소리쳤다. "훌륭한 곳이야, 맑은 공기로 가득 차 있고." 그래서 그는 행복한 왕자의 발, 그 사이에 내려앉았다.
"황금 침대를 얻었는걸."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서 혼잣말로 조용히 속삭이고는 잠을 잘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가 머리를 날개 밑으로 막 넣는 순간 큰 물방울 하나가 그에게 떨어졌다. "참 이상한 일이로군!" 하고 그가 소리쳤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그런데 비가 오다니. 북유럽의 날씨는 참 지독하기도 해. 갈대는 비를 좋아했지,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갈대의 이기심이었을 뿐이야."
그때 또다시 물방울이 떨어졌다. "비를 막아주지 못하는 상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담?" 하고 그가 말했다. "좋은 굴뚝 꼭대기의 통풍관을 찾아봐야겠어." 그리고 그는 날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금으로 된 왕자 상의 발 사이에 내려앉은 제비는 황금 침대를 얻었다고 좋아한다. 그런데 물방울이 두 번 떨어지자 “비를 막아주지 못하는 상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담?"라고 말하고 떠나기로 한다. 비를 막아주지 못하면 금이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제비는 생각한다.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금, 즉 보석을 제비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두 대목에서 오스카 와일드는 세상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돈, 금을 제비는 그렇지 않게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왕자의 메신저로서 믿을 만한 존재임을 제시한다. 이제 제비가 보석을 물고 멀리 날아갈 능력이 있는지 보자.


"제비야, 제비야, 귀여운 제비야." 하고 왕자가 말했다. "하룻밤 나와 함께 있으면서 내 심부름을 해줄 수 없겠니? 그 소년은 갈증으로 너무 목이 마르고, 그래서 어머니는 몹시 슬프단다." "나는 사내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아요."하고 제비가 대답했다. "지난여름 내가 강가에 있을 때, 두 버릇없는 사내아이, 방앗간 주인의 아들들이었죠, 나에게 항상 돌을 던졌어요. 물론 아무도 나를 맞추지 못했지요. 우리 제비는 무척 잘 나니까, 그런 돌에는 맞지 않아요. 게다가 나는 민첩하기로 유명한 가문 출신이어요. 하지만 어쨌든 그런 짓은 몹시 불손한 것이었어요."
그러나 행복한 왕자가 너무도 슬픈 표정을 하여 작은 제비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는 몹시 추워요." 그는 말했다. "그러나 하룻밤 왕자님과 함께 있으면서 심부름을 해드리지요." "고맙구나, 작은 제비야."하고 왕자가 말했다.

왕자가 가난한 재봉사 모자에게 루비를 가져다주라고 부탁하자 이집트에서 친구들이 기다린다고 제비는 거절한다. 왕자가 아픈 소년이 갈증으로 너무 목이 마르다고 다시 부탁하자 제비는 사내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거절한다. 왜 좋아하지 않느냐? 제비에게 항상 돌을 던졌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도 맞추지 못했다. 제비들은 무척 잘 날았고, 특히 귀여운 제비는 민첩하기로 유명한 가문 출신이었다. 여기서 귀여운 제비가 빠르기로 유명한 가문 출신임을 밝히는 이유는 왕자의 심부름을 할 만한 체력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왕자의 심부름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제비가 다 갖추게 되자 왕자가 더 부탁하지 않아도 제비는 하룻밤 왕자와 함께 있으면서 심부름을 하기로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제비가 왕자를 첫 심부름을 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왕자가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을 위하고 있다는 점과, 제비가 왕자에게 설득되고 메신저로 자격을 갖추어 가는 것을 치밀하게 구성하였다. 제비가 첫 심부름을 하기까지 왕자와 제비의 대화는 이러한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왕자는 제비를 설득하여 메신저가 되게 하고, 제비는 그러한 메신저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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