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야만성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대중의 반역"

by 정유철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1930)을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이 많았다. 대중이 반역을 했다니, 누구에게 반역한 것인지는 한참 읽어가야 알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한 제목도 제각각이었다. 국내 번역 책을 보면 책 제목이 다양하다. ‘대중의 반역’ ‘대중의 반란’ ‘대중의 봉기’, 스페인어 rebelión을 각각 ‘반역’ ‘반란’ ‘봉기’로 옮긴 것이다. ‘반역’은 대중이 배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반란’이나 ‘봉기’는 대중이 배반하여 난을 일으키거나 벌떼처럼 일어났다는 행동을 강조한 느낌을 준다. 책을 읽어가면서 대중이 누구를 배반하였는지 파악하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된다.

덧붙여 ‘반역’는 단어에서 정치적인 것이 먼저 연상되나 오르테가는 이를 경계했다. ‘반역’ ‘대중’ ‘사회권력’ 이라는 용어에 오르테가는 오로지 정치적인 의미만을, 또는 1차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사회생활은 정치뿐만 아니라 동시에, 아니 그 이전에 지적, 도덕적, 경제적, 종교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는 우리의 모든 집단적 관습, 특히 의복이나 유희까지도 포함한다. 그러니까 오르테가가 말하는 ‘반역’은 정부나 정치체제를 뒤엎는 뜻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기존 질서, 문화, 문명을 거스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중의 반역》의 첫 장의 제목이 번역한 책에 따라서는 ‘충만의 사실’ ‘대중의 출현’ 등으로 각가 다르게 옮긴 점도 흥미롭다. 우선 스페인어 원문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부터 차이가 발생했다. 스페인어 원문 제목 ‘EL HECHO DE LAS AGLOMERACIONES(밀집의 사실)’을 영역본 THE REVOLT OF THE MASSES, W. W. NORTON & COMPANY. INS, New Yo가, 1932)에서는 ‘THE COMING OF THE MASSES’으로 번역하였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에 따라서는 스페인어 원문을 따라 ‘충만의 사실’로 하거나, 영문 번역을 택하여 ‘대중의 출현’으로 하기도 하였다. 일역본에는 ‘밀집의 사실’로 번역하였다.

오르테가는 대중의 반역을 우리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제시하여 이것을 군중의 ‘밀집aglomeración’, 만원 lleno(滿員)이라고 명명하였다. ‘밀집’ ‘충만’의 실질적 의미는 만원이다. 《대중의 반역》을 처음 접할 때 ‘대중 충만’이라고 하니 무슨 의미인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는 어느 장소에 정해진 인원이 다차면 이를 ‘만원’이라 표현한다.


대중 지배, 대중사회의 특징을 ‘난폭하다’ ‘잔인하다’ ‘거칠다’ ‘무자비하다’라고 번역한 대목도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다. 대중사회가 왜 잔인한지, 뒷받침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장 마지막 문장과 2장 첫 문장에서 대중사회의 특징을 언급하는데, 스페인어 원문에 ‘brutalidad’로 표현하였다. 영어로 ‘brutality’이다. 사전적으로는 ‘brutalidad’은 ‘야만성’ ‘무지한 말(행동)’ ‘난폭’의 의미이다. 중요한 점은 오르테가가 어떤 의미로 ‘brutalidad’를 썼는가이다. 책을 더 읽어가다 보면 알게 되는데, 오르테가는 “야만성이 대중의 반역이 진행되는 유럽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야만이란 규칙이나 호소할 수단이 없는 상태”(101)라고 했다. 즉 대중의 반역으로 사회는 야만적으로 되어간다고 본 것이다. 대중사회의 특징은 ‘야만성’이다. brutalidad’를 '야만적'으로 해석하니 대중사회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중의 반역》은 2장부터는 먼저 앞 장을 요약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는 신문에 기고한 글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우리처럼 신문 배달해주기보다는 주로 가판대에서 판매하였기 때문에 이전 연재물을 못 본 독자를 위해 앞 내용을 요약한 내용을 게재했던 것이다. 이를 엮으니 책에서는 내용이 중복되어 나타난다. 《대중의 반역》은 1929년부터 일간지 《태양 El Sol》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이듬해인 1930년에 단행본으로 엮어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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