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용기
글
비에 젖은 흙향기가 아리다.
함께 커온 전봇대가 아프다.
일상 속에 친숙함이 그립다.
부모님의 웃음이 그립다.
생기있던 나무의 감촉이 아프다.
그때의 풍경이 아리다.
모두 지나가고 흘러가
어느새 멈춰질 회상이 될까 두렵다.
그런 이유로 글은 두려움이다.
남기고자 하는 열정이자 발악이다.
연인과의 첫 빗내음을 담을 수 없으니
그윽하다고 형용하여 고집했을 뿐이다.
모두 지나고 흘러가
어느새 추억할 우물이 될까 두렵다.
그런 이유로 글은 끝없는 소음이다.
거슬리는 소리가 되고 감동이 되어
흘러가지 않게 붙들고 있음이다.
당연한 두려움을 인지함이
아름다운 글을 낳는다면
글을 곁에 두지 않는 모든 이는
일상에서 한없이 용감한 사람이다.
한없이 충실한 사람이다.
글은 가장 큰 두려움의 표출이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한
가장 큰 노력이다.
때문에 너에게
어떤 순간보다 괴로울 때애
어떤 순간보다 그리울 때에
다시금 글을 쓴다.
전하지 않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