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네게 나를 심고 물을 주었다

by 한글풍선

길목


가로등 하나 놓인 길목

어스러히 놓인 담벼락들은

담담히도 갈라져 손으로 짚을때면

어김없이 자국이 남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갈라진 채로, 상처입은 채로

그곳에 있었는 지 모르겠다.


그 깊은 틈으로

이별한 사랑의 울음소리를 담고,

수레 끄는 고된 굳은살의 세월을 담고,

꺼져가는 가로등의 외로움까지

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 목을 걸을 적엔

유년기의 향기가 흐르고

열정의 기억들이 나타나고

어쩌면 이제는 보지 못하는

아버지의 등마저 보였을 지 모르겠다.


어느곳과도 다른 길목,

옆집 단풍나무가 고개숙이고

묵묵한 가로등 불빛 아래

춤추는 날벌레들과

틈틈한 사이사이 이끼마저

아련한 장식인 길목.


그래서 그 목을 걸을적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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