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잔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by 한글풍선


잔디


아무도 모를 줄 알았지

내릴 그늘 하나 없고

부를 노래 하나 없어서

아무도 모를 줄 알았지


누군가의 무거운 발걸음이

나를 아주 짓밟아 주었을 때

더없이 숙인 고개 아래로

그때야 알았지

흙 묻은 내 몸 아래

오손도손 모인 개미 가족

나는 그때야 알았지





무기력한 하루

상처받은 하루

상처를 준 하루

그런 날들이 모이고 쌓이면

어느새 자신이 미워지고 부끄러워질 때가

어느 순간에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래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고개만 돌려 보면

심호흡하고 갈 수 있을만한

무엇인가가 혹은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sticker sti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