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

무엇이든지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by 한글풍선


나를 봐주세요

순간의 아름다움을

후회의 간절함을

소리 없이 나르며 죽어가는 나를,

나를 기억해주세요.


어쩌면 수풀에 가려진

잊혀가는 우물의 두레박 같은 저

카메라 렌즈가 반가운 이유는

언제고, 언제고

누군가 나를 영원처럼

간직하고 바라봐 줄까 봐-.


조심스럽게 땅에 뿌리내리는 나를,

나를 바라봐 주세요.





눈송이뿐만 아니라

조금씩 갈라져가는 나무책상도

개미가 나무처럼 오르는 빨간 돌담들도

오랫동안 봐주지 않으면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습니다.


지나가는 행인도

폐지를 이끄시는 할아버지도

내가 미워하고 나를 미워하는 누군가도

어쩌면 뜻있게 내가 바라보지 않아서

그저 순간으로 잊히고 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