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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black Jun 06. 2021

축축함의 경제학

가난은 축축해서


축축히 젖은 공기지만, 더이상 수건빨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어제 마지막 수건을 썼다. 좁은 집엔 에어컨도 제습기도 없는데, 프레온가스나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 외에도 집을 자주 옮겨야 하는 나의 빈곤때문에 에어컨은 고민이 된다.


제습기를 살까? 아냐, 에어컨을 살까..? 제습기..? 에어컨..? 그냥 기다리면 가을이 올려나..? 아냐 진짜 가을은 잔상만 ᄂ기고 짧게 지나가겠지.. 가을태풍을 언급할 때 잠시 언급하려나? 뉴스들아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니깐..? 눅눅함은 빈곤의 전유물이다.


기후위기는 제습기도 없고 에어컨도 없는 사람의 살갗에 와닿는다. 이런시대에도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문을 열고 소비자를 환대하는 가게들이 얄밉다. ᅡᆷ시 나의 발목을 시원하게 감싸지만 지불할 능력이 없는 나는 그 차가움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누군가의 뽀송함은 뜨거운 열기가 되어 나를 땀나게 한다. 어제는 신촌길을 지나다가 또 발목을 감싸는 시원한 기운에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소비자를 환대하려 활짝 열린 muji의 문을 닫고 도망쳤다.

활짝 웃는 자본가의 얼굴엔 침뱉는게 가능할지도모르겠다. 아마 알바는 이상한 여자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잘못본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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