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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우 Apr 15. 2021

여기, 중소기업에 취직한 장그래가 있다 <좋좋소>

중소기업의 웃픈 현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29세 남자 조충범 씨는 갑작스레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로부터 면접 제의를 받는다.


직원 수 넷, '온수'와 '컵라면'이라는 복지에, 세콤 대신 경비견을 기르고, 설 선물세트 몰아주기 사다리를 타는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와 그 속에서 파란만장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조충범씨의 이야기, 바로 웹드라마 <좋좋소>다.


Tvn 드라마 <미생>이 전쟁 같은 사회생활을 회색빛으로 표현하며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렸다면, <좋좋소>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명랑하게 풍자하며 쓴웃음을 유발하는 블랙 코미디다.


체계라고는 없는 허술한 회사 구조, '빌런'이라고 칭할 만큼 무례하고 한심한 직장 상사들의 존재, 성장은커녕 일말의 근로 의욕조차 찾아볼 수 없는 동료들과 사내 분위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돼왔던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라는 문제를 시트콤의 형식으로 날카롭게 꼬집어 낸다.

면접 자리에서 지원자에게 노래르 시켜보는 '정승 네트워크'의 사장님 (유튜브 '이과장' 캡쳐)


<좋좋소>의 힘은 디테일에 있다. '4D가 아니냐' 는 우스갯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열악한 중소기업의 분위기와 냄새까지 화면을 뚫고 전해지는 극사실주의를 표방한다.


꼰대 냄새를 풀풀 풍겨대는 직장 상사, 무기력을 뿜어내는 동료들의 생활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철저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구성했다는 에피소드와 찰진 대사, 소품 하나에서 드러나는 디테일이 헛웃음을 부른다.


<좋좋소>의 디테일은 이 작품이 단순 흥미를 위한 웹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실태를 풍자하고 고발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블랙코미디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주요한 힘이다.


숨 막히는 회색빛이었던 <미생>에 비해, <좋좋소>의 톤은 명랑하다. 시트콤의 외형을 갖추어 피식거리며 가볍게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대비된다.


하지만 이 대비는 중소기업의 실제 현실이 헛웃음을 짓게 만들 만큼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지 않다.


오히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어이없을 정도로 암담한 중소기업의 실태를 철저히 반영한 것에 가깝다.

중소기업에 몸담아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정승네트워크'의 상황과 에피소드는 흥미를 위해 과장된, 잘 짜인 코미디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이는 오히려 냉정한 현실의 재현이다.


중소기업의 상황이 '웃픈'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보안업체는커녕, CCTV 설치할 돈을 아껴 들인 경비견 준식이. (유튜브 '이과장' 캡쳐)


그간 웹드라마는 주 소비층인 10대의 취향을 토대로 학원물, 청춘 로맨스물이 주를 이루면서 그 장르적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웹드라마의 이러한 한계는 서사와 캐릭터의 부담을 덜어내며 다양하고 가벼운 주제와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해당 장르의 장점을 함께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좋좋소>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위트 있는 풍자로 엮어냈다는 측면에서 작품 그 자체로도 뛰어나지만, 학원물 일색이었던 웹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또한 <좋좋소>의 제작이 전문적인 제도권 방송 인력들이 아니라, 기존 유튜브 등지에서 활약하던 크리에이터들(제작, 연출부터 연기까지)의 손에서 이뤄졌다는 점 역시 놀랍다.


1인 제작과 협업이 제도권 방송국을 위협하고,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까지. <좋좋소>가 거둔 성과는 이래저래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본문은 ott전문 미디어 ott뉴스(http://ottnews.kr/View.aspx?No=1550834)에 함께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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