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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Jan 31. 2021

내가 좋은 배우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스물네 번째 이유

J

  꺼내기 어려운 얘기지만 결혼이라는 것에 네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두려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결말이 좋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는 네 말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네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내가 네 감정을 온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 그 말이 조금 슬펐지만 어떤 말을 해야 네 마음을 감싸줄 수 있을지 몰라 결국 침묵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이건 정말 하고 싶었던 말 중 하나였다. 나는 네게 정말 좋은 배우자가 되겠다. 너의 모든 생각을 존중하겠다. 네가 우리의 관계, 그러니까 가정으로부터 불안과 불편보다는 휴식과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네가 힘들 때 언제나 옆에 있겠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배우자상인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생각이다.





S

  우리가 만나기 전의 얘기이다. 연수원 모임은 항상 재미있고 편했기에 내가 좋아하는 모임 중 하나였다. 내가 나이로 따지면 가장 어려서 그런지 오빠들도 언니들도 전부 날 막냇동생처럼 귀여워해 줬던 것이 컸던 것 같다. 특히 넌 만날 때마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했는데 생각해보면 난 그때마다 아빠를 생각했다.(네가 아빠 같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빠는 양조위를 닮았다)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 항상 날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어린 나도 그 손길을 좋아했다. 


 우스운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난 네가 남편이자 친구이며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줄 배우자가 되어줄 것 같다는 확신이 있다. 그냥 그런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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