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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Feb 11. 2021

뉴타입의 시대

시총 10위 대기업에서 외국계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최근 모 유튜브 오디오북 채널을 통해 우연히 '뉴타입의 시대'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사회가 변화했으니 인간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 직장에 계속 다니는 중이었다면 아마 '그래 나도 세상의 변화에 맞춰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단순하고 긍정적인 감상평을 내렸을 것 같다.


하지만 이직 후 대기업과 스타트업이라는 상이한 조직을 직접 체험한 지금은, 이 변화는 개개인의 성향과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개인이 소속된 조직과 시스템에 따라 태생 자체가 뉴타입인 사람마저도 올드 타입으로 역진화시킬 수 있다는 다소 회의적인 시선으로 되새김질하며 계획에 없던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경제침체의 영향으로 공채가 사라지며 입사부터 퇴사할 때 까지 팀 막내였던 난 '90년대생이 온다'의 그 90년대생으로 불렸다. 스스로도 80년대생 선배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과 조금은 다른 직업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연차가 쌓여 갈수록 책에서 정의하는 올드타입 사회에 순응하고 속칭 젊꼰(젊은꼰대)으로 변해가는 스스로를 보며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냈고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전 직장엔 이른바 '라테는 말이야' 부장님들이 꽤나 많았다. 10년 전에는 회사 제품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대리점 사장님들이 트럭을 몰고 와 제품을 달라며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얘기, 모 유통사 바이어와 밤새 술을 마시고 다음 행사에 경쟁사 제품은 모두 빠지고 우리 회사 제품으로 도배가 되어서 표창을 받았다는 얘기 등 각자의 영웅담을 들려주곤 하셨다(실제로 흥미진진했다.)


문제는 유통이 과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온 지금, 내 업무에 그들의 경험을 대입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유통 MD들과 밤새 술을 진탕 먹고 의리를 다진다고 해도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수 백개, 수 천 개의 경쟁사 제품들이 시장에서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을 해본 경험도, 미래에도 하실 계획이 없다는 부장님들은 요즘애들은 근성이 부족하단 말을 남기시며 자리를 뜨셨다. 같은 팀 대리님은 까라면 까는 척이라도 하는 게 사회생활이라고 조언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회사가 오프라인 시장점유율 1등을 차지했다는 얘기와 함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을 했다는 보도가 매스컴을 탔다. 한편에선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을 추월했다는 뉴스가 기사에 올랐다.


회사는 경험을 무기삼아 시대를 역행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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