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르찌르 Jan 02. 2019

10. 왜 20대 남성은 문재인에
등 돌렸나

지난 연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단단한 지지층이었던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20%대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조사 대상자 중 가장 높은 63.5%를 기록했다.(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지난해 12월 10~1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9명 조사)


20대 남녀의 정치의식이 이처럼 극명한 대조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폭력방지법, 미투운동 지지 등 문재인 정부가 여성 편향적으로 비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20대 여성에게 효능감을 주는 정책은 반대로 20대 남성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상반된 지지율에서 볼 수 있듯, 지난해는 20대 남녀 간 '성 대결'이 심화된 한 해였다. 시작은 미투였다. 지난해 1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촉발된 미투운동은 문화예술계, 연예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됐다. 이후 강남역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강남역 살인사건', 동료 여성 모델이 남성 모델의 누드 사진을 몰래 찍은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남녀 간 성 대결이 고조됐다. 남녀가 서로에 대한 혐오 발언을 내뱉으며 '젠더 전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난 11월에는 남녀의 쌍방폭행으로 결론 난 '이수역 폭행 사건'이 20대 성 대결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전문가들은 좁아진 취업시장의 문과 불안정한 고용상태가 20대 성 대결을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최근 20대 후반 남녀 고용률이 역전되면서 성별 갈등이 두르러 지기도 했다. 20대 후반 여성의 고용률은 2017년 처음으로 20대 후반 남성을 앞질렀다. 2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2000년부터 상승세를 이어온 반면, 20대 후반 남성 고용률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결국 역전됐다. 



막막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분노로 변했다. 그리고 이 분노는 '성 대결'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이전 9편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에서는 20대의 원망이 어디를 향하는지 살펴봤다. 관계에서도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20대는 지금 당장 편하게 탓을 돌릴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인 50대 부모를 조준했다. '관계의 가심비'가 현실에 대한 책임을 그들의 부모에게 돌렸던 것처럼 20대의 분노도 지금 당장 편하게 향할 수 있는 존재에게 쏟아졌다. '남자가 잘못이다' 혹은 '여자가 잘못이다'라는 성 대결 프레임은 쉽고 단순하다. 특히 지난해 성 대결은 주로 온라인에서 벌어져서 더 쉬었다. 20대는 다른 성별을 공격하는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성 대결에 참여했다. 그 글의 내용이나 참여 방식을 보면, 이들이 분노를 푸는 방법은 대부분 별다른 고민의 과정 없이 참 간편하다.  


'관계의 가심비'는 분노의 대상을 잘못짚었다. 지금 당장 편하게 분노를 풀 수 있을지는 몰라도 20대의 성 대결은 답이 없는 소모적인 전쟁이다. 취업난과 불안정한 고용상태, 미래에 대한 불안은 20대 남녀 모두에게 닥친 현실이다. 서로를 헐뜯어서 나오는 결과는 대결의 승리자가 아니라 혐오로 인한 상처와 불신이다. 


분노의 대상은 정치권이 돼야 한다. 이 같은 경제 상황을 유지하는 정치권에 분노를 표출해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어야 한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88만원 세대'의 우석훈 경제학자는 2007년 '토플 책을 덮고 짱돌을 들라'며 20대에게 정치적 참여를 요구했다.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2019년의 20대에게 '짱돌을 들라'는 요구는 과하다. 그저 분노의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이 가진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20대의 대다수는 학생이나 노동자다. 그러나 그들은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거나 노동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당에 표를 던지지 않는다. 후보로 올라와 있는 정치인 개개인의 성품과 문제 될 언행은 따져보지만, 해당 정치인이 소속돼 있는 정당의 정치 기조에는 집중하기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당정치이다. 특별한 개인의 특성보다는 정당의 정치적 기조가 강력하게 작동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후보가 소속돼 있는 정당의 정치 기조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정당을 선택하는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나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당이다. 


20대가 원하는 것은 남녀가 다르지 않다.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회에 막 진입한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 같은 바람을 갖고 있는 이들끼리 편을 갈라 싸우는 건 어리석다. 내 분노를 쉽고 편한 대상에 퍼붓는 것은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것이다. 진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해결책은 깊은 고민의 과정이 있어야 알 수 있다. '불행의 원인은 무엇인지', '분노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20대에게 투표할 권리를 줬다. 앞으로 찾을 투표장에서는 20대 남녀가 한마음으로 이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당에 표를 던져야 한다. 이것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9.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