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입사하고 싶나요?"
현대카드,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한국GM, 르노삼성, 금호타이어,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NH농협생명,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대우건설, LG디스플레이, OCI,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보해양조, 국순당
이들 회사 중 질문에 대한 답이 있을 수 있겠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나열한 이들 회사는 얼마 전 인력 감축에 나선 곳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회사도 있고,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회사도 있다.
최근 들어 취준생들의 '꿈의 회사'가 잇따라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이유는 '불황'이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다. 불황의 칼바람은 대기업 임직원에게도 불어닥쳤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전체 임원 규모를 줄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는 바늘구멍인 대기업 취업 문을 뚫어도 언제 퇴출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는 의미이다.
실제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터인 주직장에서 40대까지 일하기가 어려워졌다. 앞서 발표된 신동균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의 '베이비붐 세대(1958~1963년생) 근로 생애'에 따르면, 1930~1950년생 남성이 주직장에서 45세까지 근무할 확률은 80%에 달하지만, 이후부터 급속한 하락세를 보인다. 1955년생부터 1957년생까지는 40%대로 추락했고, 1959년생은 30%대로, 1960년생은 20%대로 주저앉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이들의 직장생활 후반부를 비극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잇따라 닥쳤다. 이 장기 침체의 시기를 마주해온 밀레니얼 첫째 1980년대생과 둘째 1990년대생은 얼마나 더 직장에서 버티기 어려워진 것일까. 주직장에서 40대까지 근무할 확률은 훨씬 더 낮아졌을 게 분명하다. 한 달여 전, '30대부터 급격한 소득 감소가 찾아온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대는 이제 주직장에서 30대까지 일하는 것도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래서 국내 대표 은퇴교육 전문가는 20대 취준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모가 반대하는 회사에 취업하세요. 지원자가 몰리는 곳은 가지 마세요.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를 꼽으라면,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가 아닐까 싶다. 20대를 향하는 강 대표의 말은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이었다. 저성장 시대에 놓인 이들에게 위로의 말 대신,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40대까지 주직장을 다닐 수 없는 현실에서는 부모가 알 만한 대기업 입사를 위해 목맬 필요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적어도 5~6번은 직장을 옮겨야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 시대의 승자는 대기업 입사자가 아니라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기업 입사를 위해 취업 N수생이 되거나 스펙 높이기에 시간을 쏟지 마라. 이 시간에 경력을 쌓으며 '직업인'이 되는 게 낫다. 11편 <당신의 워라밸은 안녕하십니까>에서 언급한 것처럼 '직장 간판'이 중요한 직장인은 앞으로의 침체기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대기업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돌입했듯 직장인은 경기 침체기에 퇴출의 위기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자기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회사를 옮기며 오래 일할 수 있다. 그리고 당장의 적은 월급에 속상해할 필요 없다. 사회초년생은 적게 버는 것이 당연하고, 월급은 앞으로 쌓일 경력과 함께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