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5개)
관심없으시다구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의 '관심없음'에 관심없으니까
그냥 제 ㅈ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여성들의 평균 초혼 연령이 30.8세,
결혼 이후 첫 출산을 경험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1년 5개월이라고 하는군요.
이 두가지 통계를 고려했을 때,
대한민국의 여성분들이 어머니가 되는 평균 연령은
대충 31~32살 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나이는 점점 늘어나겠죠.
저희 어머니가 저를 20대 중반에 낳으셨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지 않습니까??
대체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냐구요??
오늘 이야기할 작품 속의 주인공이자
무려 4남매를 슬하에 둔 어머니가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계모'라는 단어 때문에
호불호의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신선하고 좋은 제목입니다.
특히 저는 '메르헨'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더군요.
메-르-헨...발음 자체가 걸림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서
앞에 놓인 '계모'라는 단어 특유의 각진 느낌을 중화시켜주는 것 같지 않나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임에도 '꿈'이나 '정원', '이상향' 같은
따뜻한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실제 뜻은 "옛날 이야기"라고 하는군요.
직역하면 <어떤 계모님의 옛날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으음...뭔가 교촌 허니 콤보에서
옛날 한방 통닭이 돼버린 느낌이 드니까
한글 사랑은 잠시 접어두도록하죠.
일단 따봉드리겠습니다!!
도입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할까요?
이야기는 어떤 한 인물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늘어놓는 걸로 시작됩니다.
이제 막 글자를 뗀 3,4살배기 어린이들한테 보여줘도,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들이 줄을 잇는군요.
우리는 여기서 약간의 의외성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면 프롤로그에서 나오는 이런 문구들은 거의 120%
주인공을 가리키는 법이니까요.
"주인공 뒷소문이 이렇게 험악하다고?"
...라는 의외성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초상화 퀄리티 압도적인 거 보십쇼.
그냥 잘 그린 것 뿐만 아니라,
앞에서 나열한 저 망측한 별명의 주인공이 이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절로 들도록
음침한 아우라를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컷에서 이어지는 반전!
여기서 갑자기 "귀여워 버리기"를 시전합니다?
이 컷과 컷의 분위기 전환만 봐도,
웹툰 봐온 짬바가 있는 독자들은 바로 눈치챌 수 있죠.
슈리는 저 망측한 별명과는 동떨어진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말입니다.
처음 몇 컷만 보고 "아 혹시 피카레스크(악역이 주인공인 이야기)인가?" 싶어서
부담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몇몇 독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연출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슈리의 사연.
그녀는 서로를 씹뜯맛즐하는게 기본값인 이 험난한 세상에서
자신의 가문 노이반슈타인과 죽은 전 남편(이라기보단 후원자에 가까운)이
남기고 간 어린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이 구역의 미친 X이 되어 살아왔던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언급된 별명들은 그 치열한 시간이 남긴
깊은 흉터였던 것이죠.
피도 섞이지 않았고,
나이 차이도 몇 살 나지도 않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린 소녀가 그런 희생을 감수했다는 사실에 벌써 마음이 아련해지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직도 사춘기가 끝나지 않은 어린 노무 자식들의 패악질뿐이었죠.
자식놈 키워봤자 소용없는 건
동서고금뿐만 아니라 판타지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이어지는 1화는
그런 그녀의 삶을 독특하면서도 아름답게 요약 전달합니다.
마치 동화(메르헨)를 들려주는 느낌으로,
어린 시절부터 험난하기 그지없었던 그녀의 환경과
그럼에도 품고 있던 한 줌의 꿈
그 꿈의 상실과
그 뒤로 고단하게 이어진 험난한 삶을 계단에 비유하여
동화적이면서도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함축해내고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동화적인 작화 속에
현실적인 암울함을 담아놓으니,
그 안에 담긴 비애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오죠?
놀랍게도 이런 식의 표현은 원작소설에도 없던 것입니다.
이는 곧 각색과 작화를 맡은 작가가
이 원작의 배경을 얼마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죠.
작품 전체를 통틀어 '초월 각색'으로 꼽을 수 있는
여러 파트 중에 가장 독보적인 명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큰 아들 제레미의 결혼식이 코앞인 상황에서 며느리한테 저런 소릴 듣다니...
사실 이 에피소드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지만,
그건 한참 나중에나 밝혀지는 이야기니 넘어가겠습니다.
중요한 건 그만큼 슈리와 그 자식들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다는 걸 한큐에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것이죠.
싹바가지는 작년에 왔던 각설이한테 동냥 바가지로 쓰라고 적선해준 듯한,
기가막힌 며느리의 말버릇에 어이가 털려버린 슈리.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최상급이라 할 만한 작화를 자랑하지만,
전 사실 그런 그림들 사이사이에 이렇게 툭툭 던져놓은
이런 찌그러진 그림체가 이 작품의 매력을 더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귀멸의 칼날>을 보면
원래 이렇게 생긴 캐릭터가
이렇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죠.
고퀄로 뽑은 작화의 나열은 작품성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피로감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이런 하찮은 그림체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것입니다.
<어떤 계모님의 메르헨> 또한 그런 부분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죠.
큰아들(제레미)+며느리의 일방적 통보에 화가난 슈리
하지만 이내 받아들이고,
이 집안을 떠나 자신만을 위한 미래를 꿈꾸는 슈리
어떤가요.
뭔가 심신이 편안~해지는 그림체 아닌가요??
여기에 터질 땐 또 확실히 터져주는 그림체가 곁들여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컷에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그 다음 컷!!
마냥 화창했던 전 컷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색감의 전환을 통해,
...라는 걸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연출 뒤로
산적들에게 습격당해서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아~앙대!!"하고 나서야
겨우 침대에서 눈을 뜨는 그런 지지부진한 컷들 따윈
깔끔하게 건너뛰는 효율적인 생략과
자신이 7년 전 과거로 회귀했음을 깨닫고
황망해하는 슈리의 모습이 이어지며
<어떤 계모님의 메르헨>은 본격적인 서막을 올립니다.
그 와중에 완급조절을 위한 유머도 빼먹지 않죠ㅎㅎ
무료 공개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떤 계모님의 메르헨>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16세의 소녀가 피도 섞이지 않은 자식들을 위해
가문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어찌보면 다소 무리수처럼 느껴지는 설정이기도 하지만
선역, 악역을 가리지 않고 섬세한 빌드업으로 만들어낸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압도적인 작화가 어우러져
그런 의문을 가질 틈을 주지 않는 작품이죠.
이성 간의 로맨스보다 슈리와 노이반슈타인의 네남매가
혈연을 뛰어넘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전개가
여러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훌륭한 가족 만화이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인물들의 턱이 빗살무늬 토기 마냥
지나치게 뾰족한 것 말고는 아쉬움이 없는 작품이었네요.
그런 의미에서 제 별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