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취업에 실패했다. 연애는 엉망이고 가족은 해체된 지 오래다. 경제적 여유는커녕 마음의 여유도 없다. 퍽퍽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은 그렇게 도망치듯 고향을 찾는다. 잠시만 머무르겠다며 시작된 혜원의 시골살이는 어느덧 네 번의 계절을 맞이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는 관전 포인트랄까, 보는 맛이 분명하다. 혜원을 따라간 시골은 가만히 바라만 봐도 좋을 그림이다. 어깨너머로 펼쳐진 넉넉한 자연은 사시사철 부지런히 옷을 갈아입고, 그 안을 채운 작은 동물들 곤충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자연이 정해준 박자에 따르는 시골의 속도가 제법 푸근하다. 사람 냄새나는 어릴 적 친구들도, 정갈하게 차린 음식들도 보는 재미에 한몫 더한다.
하지만 영화는 시골 마을에 관객을 데려올 뿐, 혜원의 삶으로까지 초대하는 데는 주저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다채로운 볼거리에 묻혀 주인공이 기억에 남지 않는 묘한 영화다. 일반적으로 관객은 인물을 따라가며 욕망을 이해하고 감정의 가닥을 잡아 스스로를 이입한다. 취업, 연애, 가족 등 현실적인 고민을 한 아름 떠안고 있던 혜원이지만 극 중 그가 지닌 욕망은 애매하게만 그려진다. 덕분에 혜원의 삶에 이입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영화 말미로 갈수록 혜원은 조금씩 성숙해간다. 혜원의 성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두 주체는 바로 엄마와 자연이다. 두 여성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는다. 딸을 버리고 집을 나선 혜원 모는 스스로의 욕망을 긍정하는 주체며,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한자 뜻풀이처럼 욕망하지 않는 주체다. 이때 영화는 둘 사이에서 어떻게 혜원이 성숙에 이르는지 속사정을 두루뭉술하게 보여준다. 성숙의 계기가 혜원이 자신의 욕망을 바라보고 긍정하게 되었기 때문인지, 비구니처럼 욕망을 버렸기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 도시에 돌아가는 혜원에게도, 다시 웃으며 시골에 내려오는 혜원에게도 쉽게 이입하기 힘들어 보인다.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이른바 ‘힐링’ 영상 콘텐츠가 범람한다. 국내외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고, 그새 삼시세끼는 몇 날 며칠 밥을 지어먹었으며 효리네 민박은 직원이 바뀌었다. 영화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재미가 유튜브와 예능보다 복합적이라고 믿는다. 정통 농촌 판타지 '리틀 포레스트'가 다소 아쉬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