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벽에 대하여

영화 <이터널 선샤인>

by 장현석

글 장현석, 그림 이지호


낭만적 관계가 끝나고 겪는 결벽증. 전직 농구선수의 정리정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헤어진 연인에게 나타나는 증후다.


당신은 불현듯 생각에 잠길 것이다. 기억을 되감을수록 과오들은 하얀 쌀밥 위 검은콩처럼 도드라진다. 내버려둘 수 없는 얼룩 위로 후회가 끌려온다. 곧 지난 일을 하나둘 물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관계를 끝장낸 사건들은 어느 때보다 또렷하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결코 반복되지 않을 실수일 텐데 말이다.


다시 시작한다면 나아질 수 있을까.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고 서로의 다름만 분명하다. 판타지의 생생한 결말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기억을 송두리째 지워도, 운명처럼 재회해 울고 웃어도 결벽의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같은 마지막을 향할 것이다. 발칙한 윤회의 굴레에 갇혀 이들은 몇 번이고 기억을 포맷하고 그만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회차 연애라고 자연스레 나아지는 일 따위는 조금도 없다는 사실을 안다.


어떤 결벽은 그대로 가만히 두고 싶다.


<Both Sides, 이지호 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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