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좋냐건 웃지요

영화 <비포 선라이즈>

by 장현석

글 장현석, 그림 이지호



가설 하나. 우리는 반대에 끌린다. 예컨대 창작으로 날 선 예술가는 별일 없이 사는 직장인에게 반한다. 상대가 이고 온 낯선 세계는 종종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가설 둘. 우리는 비슷함에 이끌린다. 누구나 공통점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밀감을 느낀다. 그래서 예술가는 결국 다른 예술가에게 반한다. 말하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로맨스에서 이유를 대기란 이토록 쉽고 버리기는 더 쉽다. 우리는 단지 습관처럼 '왜'에 집착한다. 일종의 안전 욕구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그가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논거를 늘어놓고 하나하나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긴 사유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흐릿하고 심지어 같은 말이 반복된다. 너를 좋아하던 순간 내게 이유가 있었을까. 마음은 머리로 따라가기엔 걸음걸이가 무척이나 빠르다.


제시와 셀린느 둘은 비엔나에서 하루 동안 로맨스를 나누었다. 이들 이야기의 육하원칙에는 '왜'가 빠져있다. 그들은 같으면 같은 대로 또 다르면 다른 대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나누고 대책 없이 서툰 교감을 나누었을 뿐이다. 흐르는 대로 흘러 불안정한, 갖은 이유들로부터 해방된 이들의 하룻밤은 로맨스의 은유처럼 들린다. 때론 설명할 수 없음에 부지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before_s.jpg <Boarding Pass, 이지호 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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