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초대, 너의 흔적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장현석

글 장현석, 그림 이지호



TV 나오는 스님께서 가라사대 연애가 집착이 되게 하지 말라, 이는 곧 고통이니라. 천 번 만 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라. 서로를 움직이게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도 집착이요 한낱 어리석음이니라. 옳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스님, 연애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집착은 로맨스의 필요조건이다. 집착은 지금 어디야, 누구랑 있어 따위 유아기적 의존이 전부가 아니다. 상대의 영역에 들어서도 되겠냐는 물음이다. 나아가 너의 세계에 얼마만큼 관여하겠다는 태도다. 고이 가꾼 뜰이 어지럽혀지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문 좀 열어줄래. 연인은 손에 잡은 줄을 따라가 문 앞에 서 들여보내달라고 초인종을 누른다. 나중에 내가 줄을 당길 때면 너도 놀러 올래.


조제가 초인종을 눌렀고 츠네오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츠네오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 조제는 기꺼이 문을 열어주었다. 누가 찾아갈 차례인지조차 까먹을 만큼 시간은 흘렀고, 어느 날부턴가 초인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온 이들은 담담하게 변화를 받아들였다. 또 생각만큼 세월이 고독하지 않았음에 안도하기도 했다. 다만 오랜만에 돌아온 자신의 뜰이 원래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다.


<Josee, the Tiger and Fish, 이지호 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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