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영화 <500일의 썸머>

by 장현석

글 장현석, 그림 이지호



인연이란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꽂힐 확률이라 했다. 알다시피 지구에 60억이 있다지만 내 님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기서 잠깐. 인연이기 때문에 밀씨가 꽂히는 걸까, 혹은 밀씨가 꽂혔기에 인연이 되는 걸까.


저는 운명을 믿어요. 우연이 아닌 운명으로부터 로맨스가 시작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알 수 없는 게 운명이라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운명론자의 마지막은 갇혀있는 스스로다. 맞을까 틀릴까, 인연일까 아닐까 실컷 재며 떨어지지 못하는 밀씨에게는 만남의 가능성조차 없다. 만난다 해도 운명은 하루아침에 '우린 원래 아니야' 따위 믿음으로 관계를 포맷하는 악성 바이러스로 기능하곤 한다.


처음엔 반대의 상대가 다른 만큼 행복했지만, 이내 다름으로부터 그보다 큰 거리감을 느꼈다. 톰에게 500일간 썸머와 만남은 스스로 내린 신탁을 확인하는 조정 기간이었다. 톰은 애초에 운명 따윈 없었으며, 밀씨가 날아 꽂혔기 때문에 인연이 된다는 사실을 처절한 이별과 고통의 복습을 통해 몸으로 배운다. 덕분에 운명에 대한 집착을 버린 밀씨가 다음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전에 없이 경쾌하다.



<여름의 끝, 이지호 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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